마왕성앞 무기점 1~2권 (이융희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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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잡하다, 라는 말로 가장 잘 설명될 수 있는 글. 소재와 도입부의 내용대로라면 대놓고 코미디 물로 끌고 나갔으면 좀 더 나은 결과물이 나왔을 것 같다. 이 점은 좀 아쉽기도 하고. (물론 중간중간 눈길을 끌만한 유머 코드들은 들어있긴 하다) 이것저것 다 손대다가 이것도 저것도 아닌 글이 된 것 같은 느낌.




이계에서 소환되어 마왕을 물리치기 위한 용사로 선택된 주인공은 정작 마왕을 물리치지 않고 마왕성 앞에 'Final Shop'이라는 무기점을 세운다. 그리고 자신이 용사라며 착각하고 오는 친구들에게 마왕성에서 공수한 무기를 판다. 컨셉 괜찮았고 도입도 나쁘지 않았다. 중간중간 삽입된 소제목들 역시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옅보였다.

주인공은 그 동네에서 행복하게 잘 살고 싶어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마왕을 물리치고 신을 납득시켜 원래 자신의 세계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대충 놀다가 마왕이나 죽여야지 하는 생각도 초반뿐인것 같다. 무엇보다도 마왕을 죽일만한 사이도 아니다. 마왕이 그 이름값대로 무작정 나쁜 놈도 아니다.
이런 이야기에는 늘상 나와서 주인공과 투닥거리는 여자애들도 몇몇 등장한다. 물론 말장난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렇다고 마냥 가벼운 것도 아니고, 뭔가 고뇌를 하는 흔적도 있긴 하다. 감동을 주려고 하는 스토리도 있다. 그렇지만 묘하게 몰입되지 않고 그냥 주절주절 이야기를 흘려 보낼 뿐이다. 방문자들마다 삽입되는 에피소드 역시 그 단위로 흘러간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없다. 그러다보니 가볍고 위트가 있으나 코믹물이 아닌듯한 어중간한 결과가 나와버렸다.

설정은 어떻게 보면 특이하다. 마법으로 영상을 녹화하는 기술이 나와 영화 산업을 하기도 한다. UFO도 등장한다. 역시 한국에서 이 세계로 떨어진 다른 존재들도 나온다. 그러면서 부족 단위를 지칭하는 것 같은 단어가 계속 등장하는데, 사실 이런 설정들이 이야기에 잘 녹지 않는다. 그냥 에피소드를 만드는데 이런 설정이 있으면 재밌겠다, 라고 생각하며 하나씩 툭툭 던지는 느낌이랄까.

일단 주인공은 엄청 나쁜 놈이다. 지가 용사면서 마왕을 죽여 모든 인과관계를 청산할 생각은 하지 않고 그 앞에 무기점을 세우고 마왕과의 친분을 쌓아나간다. 자신이 용사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을 꼬셔 무기를 팔고 돈을 번다. 그 사람들은 마왕을 죽이러 갔다가 패가망신하고 또 죽기도 한다. 주인공은 가끔 그 중 친분이 있었던 사람을 안타까워 한다.

뭐 이런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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