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존 1~2권 (김의성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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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갑자를 살았다던가. 180년이군. 후.




주인공은 무림에서 3갑자를 살고 환타지 세계로 영혼이 옮겨진다. (환생은 아니다. 최소한 다시 태어난 것은 아니니까.) 이후 비슷한 계열의 다른 소설들과 마찬가지로 무공을 연마하며 어쩌고 어쩌고 하면서 먼치킨의 길을 걸어간다. 작가는 '3갑자 나이의 가벼운 할아버지'의 당위성을 늘어놓는다. 무공에 대해, 혹은 기타 다른 것들에 대해 설명을 늘어놓는 것도 있다. 그렇지만 이건 말 그대로 정당화다.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설명할 이유가 왜 있을까 싶다.

내가 평생 해온 어떤 일이 있다. 평생 하지는 않았지만 대략 알고 있는 어떤 일이 있다. 두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하자면 당연히 잘 알고, 익숙한 쪽을 선택할 것이다. 그러니까 최소한의 조심성이라고 하지. 주인공은 무려 3갑자를 살았지만 단순히 빨리 고난을 빠져나오고 싶어서 잘 알지 못하는 길을 선택한다. 당연히 사단이 나고 그것은 글의 주된 도구로 전락한다. 그냥 누구를 골려주려고, 누구를 괴롭히려고 쉽게 선택하고 변경한다. 그만큼 주인공은 즉흥적이다. 게다가 100년간 이성을 멀리했다는 이유로 대놓고 밝힌다. (아주 심한 수준은 아니라 다행이다. 단순 유머코드로 사용하는 모양이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하지만 저급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주인공의 아버지는 아직도 수도에 있고, 드러난 소식도 없으며, 돌아오지 않는 것을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게다가 중반부터 나오는 정령술을 쓰는 아가씨는 무척 생뚱맞아 보인다. 같이 숲에서 용을 만난 것과 던젼에서 재회하는 일련의 사건들은 그냥 시간 순서를 무시하고 짜맞춘 것 처럼 보인다. (대략 따져봤을 때, 주인공이 던젼에 간 것은 그 아가씨가 던젼에서 빠져나온 다음 정도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또, 게임 마스터라니. 순간 이것이 게임소설인가 의심이 될 정도였다. (게임적인 면의 차용이 있었다고 본다.)
던전 최종보스와의 전투. 비단 이 씬 뿐만아니라, 대부분의 전투에서 등장인물들은 참 말들이 많다. 만담도 좋고 설명도 좋지만 긴장감이 하나도 없다. 게다가 이 씬에서는 인물 하나가 사망한다. (잡담하면서 동료를 죽인 일행 중 한명은 또 그와 절친한 친구 되시겠다;) 캐릭을 온라인 게임으로 따지면 탱커가 시작싸인 내고 돌격했는데, 다른 파티원들이 잡담하느라 힐 놓치고 탱커 죽이는 꼴이다. (님들 뭐하셈? 보스 안잡으셈?) 하지만 그러고도 딜전사를 탱으로 어처구니 없이 레이드 보스를 잡아내시는 우리의 주인공 파티. (... 음?)
그리고 장소와 인물들이 바뀐 다음, '이단' 이라는 존재끼리의 전투는 아주 생뚱맞았다. 그냥 무작정 들어가서 싸우다가 의미없이 죽는다. '이단' 이라는 존재의 설명도 없다. 그냥 불쑥 튀어나온다. 전투도 자신의 방식대로 싸우다가, 안되겠다 하면서 남의 것을 가져다 사용하니 이긴다. (... 그냥 남의 것을 써라; 그거 쎄더라;;)

PS. 나라의 무슨 공작가는 무림에서의 주인공의 라이벌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초대 공작이 라이벌이라거나 그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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