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로드 1~2권 (안현일 作)

|

전형적인 '가르치려는' 글.




떡밥. 글의 중간 중간에 '난 후에 (블라블라)를 후회했다' 비슷한 서술이라던가, '후세에 이것을 보고 (블라블라)라고 불렀다' 라던가, 강제로 주입시키는 형식의 떡밥이 껄끄러운 것은 일단 둘째로 치고.
(술먹고 한 이야기 또 하고 한 이야기 또 하고 지겨울 때 까지 들어야 하는 주사처럼) 하나의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 현실상 역사의 혹은 가상의 어떤 사실들을 나열하고, 이럼으로써 이것은 이것이다 라는 형식의 서술이 너무 반복되는 편. (난 이 글을 쓰기 위해 이런 사료들을 공부했어! 하고 외치는 듯한 느낌. 하지만 그 진위는 별 관심 없고.) 그런 행동으로 현실성이 설명되지 않는데도 이야기와 동떨어진 어떤 사실을 설명하는데 있어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인물은 주인공의 주인이라고 불려도 좋을 만한 여자 사람. 현대로 따지자면, (약간 틀리겠지만) 오랑우탄을 집단으로 키우는 연구소 소장이 그 중 좀 똑똑해 보이는 오랑우탄과 뇌파로 이야기하면서 회계에 대한 조언을 받는 꼴이다(일말의 의심도 없다!). 물론 그 오랑우탄이 특출나게 똑똑해 보이긴 하겠지만, 그다지 납득이 가는 상황은 아닌듯 하다. 오크가 널리 인간급 지능을 가진 생물이라고 인정받는다고 치자. 한정된 공간에서 태어나 한정된 공간에서 자란 오크가 알지 못해야 하는 것들(회계라던가 내공이라던가 검술이라던가)을 알고 있다. 바보 아니면 의심하고 밝혀내야 한다. (하나가 있으면 둘이 있을 수 있고, 그런 오크가 더 있어서 만에 하나 오크들이 해방되는 일은 제국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주인공은 무공을 창안했다(고 여자 사람은 알고 있다.). 어떤 글에서도 무공을 창안하는 것은 희대의 기재만이 할 수 있는 행동으로 묘사된다. 하물며 오크가 그랬다는 것에 대해서 여자 사람은 아무런 의심도 가지지 않는다. 다만 '주인공은 똑똑하니까'. 뭐 내공 이런걸 가지고 있는 것 역시 '주인공은 똑똑하니까'. 한가지가 납득된다고 해서 나머지도 똑같이 납득해서 수긍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의심스러운 것 하나에 하나가 더해지면 두개의 의심스러운 행동이 되는데도 하나를 납득했으니까 두번째도 그냥 자동으로 납득해버린다. (그냥 바보라고 수긍하고 넘어가자.)

그리고 주인공을 살리기 위해 이렇게 했다, 주인공을 위해서 이렇게 했다, 라는 일련의 행동들은 그다지 수긍이 가지 않고. (중간중간 납득시킬만한 여자 사람의 심리묘사가 절묘하게 빠져 있다) 2권 후반부에 주인공과 여자 사람이 헤어지고 다시 만나게 되는 일련의 사건들도 매끄럽지 않았다고 본다. 3인칭과 1인칭을 절묘하게 섞어놓은 것은 그다지 어색하지는 않지만, 미묘한 부분에서 필요한 설명을 빠트리는 데에도 사용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감옥같이 밀폐된 공간이 아니고서는 섭취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음식물을 제한하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다. 풀을 뜯어 먹고, 빗물을 받아 먹고, 대략 일주일 정도면 해방될 수 있는데 그것이 힘들까?

'일상사 > 판타지 잡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검존 1~2권 (김의성 作)  (0) 2010.06.17
마법대제 1~2권 (무후 作)  (0) 2010.06.15
마법일기 1~2권 + 3권 (도유 作)  (0) 2010.06.08
카엘 1~2권 (최철주 作)  (0) 2010.06.03
헬 드라이브 1~2권 (엽사 作)  (0) 2010.06.01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