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천의 황제 1권 (태제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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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되돌아간다, 라는 (근래 판타지 소설들 중에서는) 고리타분할 정도로 더 이상 국물이 우러날 것 같지 않은 사골을 여전히 끓이고 있는 소설. (그것이 단지 이 글만의 문제는 아닐듯 하지만.) 참신한 시도인가, 문장이 좋은가를 떠나서 조금 색다른 요소를 첨가하고 있다. 이전 역사에서 진행됐던 것들, 그리고 지금 역사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들을 교차시켜 보여준다. 이것이 후반의 어떤 플롯이 될지는 모를 일이지만.




컥 하니 억 하고 죽고, 거대한 파충류(용이라고 부르던가?)의 농간으로 과거로 돌아간다는 흔하디 흔한 요소. 일개 파충류 주제에 어떻게 시간을 뛰어넘었는가는 일단 논외로 두자. 먼치킨적인 주인공 답게 혼자만 이상한 시스템을 사용한다. 차크라라고 부르던가. 둠이라고 부르던가. 어쨌든 이 글에서 주인공이 전투를 한다면 떠오르는 장면은 하나 뿐이다. '첫번째 둠에서 두번째 둠으로! 다시 세번째! (어쩌고저쩌고!)' 뭔가 강렬해 보이긴 한다. 그런 류의 스킬이겠지. (짝짝.)

과거로 돌아갔으되 돌아가기 전 그 몸이 아닌 다른 몸으로 돌아간다. 생전에 적대했던 어떤 인물. 그리고 역사가 조금씩 바뀐다. 이 작용은 글 전체에서 꽤 흥미롭게 작용하는데, 미세하게 바뀌는 역사가 원래 어떤 것이였는지 나열하며 어느정도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여기서 단지 문제가 되는 것은 예전에 이놈이 누구였는지, 지금 이놈이 누군지에 대해, 지금 역사에서 어떤 위치고 앞으로의 역사에서 어떤 위치로 오게 될 것인지 자연스러운 설명이 부족한 편. 양쪽을 비교해가면서 교묘하게 비틀어지는 것을 즐겨야 하는 글에 앞뒤를 뒤적거리며 비교하고 유추하거나, 그것이 안되는 경우 인터넷 게시판에 질문을 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이를테면 샤르엔이 몇 황자인가요? 하는 질문이라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정도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떡밥을 던지면서, 숨겨진 것들을 살살 풀어가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원하는대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힘은 역시 다수의 출판 작가인 터라 좋은 편이다. 하지만 역사를 알고 있다는 치트키와도 같은 힘과, 만랩을 찍고 1랩으로 레벨 다운을 경험했으나 여전히 스킬은 다 익히고 있는 것 같은 버그성 플레이는 어쩔 수 없는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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