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에는 밤이 유명하다지. 우연치 않게 좋은 체험 프로그램을 알게 되서 당일 체험을 다녀왔다.
이날 체험 장소인 기산농장을 올라가는 길 양쪽으로 밤나무가 늘어서 있었다. 이런 광경은 공주에서는 드문게 아니다. 밤 농장도 많고, 임야에 밤 나무도 무척이나 많다. 하지만 대부분 다 주인이 있는 밤나무이니, 임의 채취는 곤란하다.
기산 농장에서 체험하게 될 것은 알밤타르트를 만드는 것과, 알밤 줍기다.
이런 체험은 처음이라 살짝 겁을 먹은것도 사실이다. 타르트를 만든다면 어디부터 어디까지 만들어야 하는지, 이런 베이킹은 많이 해보지 않았는데 잘 만들 수 있을지.. 하지만 겉반죽은 미리 숙성한 것으로 할거라고 저 옆의 통을 열어 반죽을 보여주시는 순간, '아 이 체험은 학생들도 하는거지' 하면서 내심 안심했던 것도 사실.
그러니까 미리 준비된 반죽을 밀어 앞에 보이는 틀에 잘 채워넣고, 틀 모양이 맞춰서 커팅한 후에 안에 미리 준비된 필링을 채워 넣으면 끝인거다.
남은 반죽으로 위에 장식을 해서 자신의 것을 표시하라는 말을 듣는 순간 욕심이 좀 났다. 사실 타르트는 필링 맛으로 먹는건데 필링을 더 많이 채우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남은 반죽으로 작은 그릇을 하나 더 만들어서 필링을 더 많이 채웠다. 노란 계란물은 색이 이쁘게 나온다고 해서.. 하지만 잘 만들고 있나 보러 오신 주인 아주머니께서는, 위에 올라간 작은 그릇과 겹친 부분이 잘 구워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걱정하셨다.
각자 만든 반죽은 오븐 속으로 들어갔고, 타르트가 구워질 동안 밤 줍기 체험을 진행했다.
비닐 봉지를 사람당 한개를 받았고 봉지 안에 담긴 밤은 가져가도 되는 식이다. 사실 밤을 따는 과정 내내 너무 열심히, 부지런히, 의욕적으로 행하였기 떄문에 사진으로 남긴 것이 얼마 없는게 안타까울 뿐이다. 지천에 널린 밤이 모두 다 엄청 실한 것들인데 그 중에서도 더 큰걸 고르겠다고 열심히 뛰어다녔다. 두꺼운 비닐이 아니라면 찢어질 정도로 가득 밤을 담았고, 그 과정이 너무 재미있고 보람있었다.
이렇게 딴 밤은 물에 담궈 불린 후에 비닐 봉지에 넣고 구멍을 살짝 뚫어준 후에 약 일주일 정도 냉장 숙성하면 맛이 더 좋아진다고 한다.
밤을 따고 내려오니 슬슬 타르트가 다 익었을 즈음이다.
위에 올렸던 작은 타르트 그릇이 안으로 들어가 합쳐되었다. 뭐 원래 의도는 '필링을 더 많이!' 였기 때문에 그래도 조금이라도 남보다 필링이 더 많이 있지 않을까 하는 자기 위안을 삼아본다.
처음에 타르트를 만든다고 할때, 단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그다지 흥미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건 물론 달긴 하지만 그렇게 달지는 않아 꽤 맛있었다. 게다가 필링을 채울 때는 잘 몰랐지만, 알밤이 진짜 가득 들어있었다. 치즈 필링 보다 알밤 부분이 더 맛있었다. 묘하게 알밤을 따로 먹는 맛보다 더 맛있는 느낌이라는게, 이게 레시피고 요리의 진면목인건가, 싶기도 했다.
그렇게 약간은 아쉬운 마음으로 두 손 가득히 밤과 타르트를 들고 점심 식사를 위해 이동한 곳은 시내 한 식당이였다.
메뉴는 육회 비빔밥. 하지만 알밤의 고장 공주답게 알밤이 가득 들어 있었다.
육회 양념과 알밤의 고소한 맛이 어우러져서 꽤 재미있는 맛이 났다. 사진에는 찍히지 않았지만 사이드로 선지 해장국을 한공기씩 주셨는데, 이것도 꽤 맛있는 별미였다.
주린 배를 채우고 마침 한창인 공주 백제문화제로 차를 돌렸다.
백제 문화제는 몇번 와 보았지만, 올해는 밤을 테마로 잘 꾸며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율피차나 밤 막걸리, 맛밤 같은건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밤 잼이나 밤 요거트, 밤 꿀, 밤 숯 같은건 이런것도 밤으로 만드는지 처음 알았던 것들도 있었다. 시식 행사를 같이 했으면 좋았겠지만 다음에는 좀 더 개선되리라 기대해 본다. 이 곳에서 본 제품들은 뒤쪽의 공판장에서 실제 구매도 가능하다 하니 샘플을 보고 느낀 흥미가 실제 구매까지는 연결될 수는 있어 보였다.
축제 장소를 모두 둘러보진 못하고 주무대 옆쪽 장터 인근만 둘러 보았는데,
알밤 주제로 크게 코너를 분리한 것이 인상적이였는데, 두 줄로 길게 늘어선 섹션 구성에서 한 줄에 해당하는 가게가 모두 약속이나 한듯 군밤을 주제로 운영하고 있었다. 물론 알밤 농장에서 직접 운영하는 코너라 생밤, 깐밤, 군밤 정도가 편하게 내놓을 수 있는 주제라 그런듯 했다. 9월말 늦더위에 하루종일 피우는 불에 더 덥게 느껴지기도 했고, 그래도 공주를 대표하는 밤인데 다 똑같은 군밤 말고 다른건 없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당일의 짧은 일정을 마무리하며, 다음에는 좀 더 여유있게 왔다 가야겠다는 생각을 남겨두고 돌아섰다.
이 글은 공주시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급받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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