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지난 9월쯤 서울 대공원 동물원을 갔다왔더랬다. 애를 데리고 오랜만에 멀리 간 외출이라, 장비를 풀로 챙겼었다. 그래봐야 a850, 시그마 50mm F1.4, SAL135F18ZA 가 전부지만.
그리고 반나절 만에 녹초가 됐다.
.. 아 오랜만에 다 짊어지고 그 넓은 동물원을 이리저리 하루종일 풀로 헤매고 돌아다니려니 무거운 카메라가 원망스러웠다. 짐이 카메라만 있는 것도 아니고, 깔고 앉을 자리, 그나마 저렴하게 식사하고자 챙겨간 도시락, 뭐 기타등등 양손에 한짐이라.
그리고 2개월 후, a7이 발매된다는 소식을 보자마자 풀세트는 장터로 던져졌다. 추워지기 전에다 a7로 인한 가격 인하 효과를 보기 전인데다 저렴했으므로 광속으로 팔려나갔다. 안녕 a850. 4년동안 잘 썼다.
a7 / a7r 이라는 놈은.. 그냥 세계에서 가장 저렴하고 가벼운 35mm 풀 프레임 카메라다. SLR 방식이 아니라 미러리스 방식이라, 광학식 뷰파인더를 쓸 수 없고, 초고속의 AF 성능을 낼 수 없다.
그러면 뭘 쓰냐고? 전자식 뷰파인더를 쓴다. 이건 렌즈를 통해 들어온 상을 뷰파인더를 통해 보게 되는 광학식이 아니라, 뷰파인더 안의 작은 모니터를 보는 방식이다. 전자식이고, 현대적이다. 물론 모니터라는 데서 오는 이질감이 있고 셔터가 움직일때 블랙아웃(잠시 화면이 나오지 않는다), 빠르게 움직일때 잔상 등의 단점이 있다. 그렇지만 찍힐 사진을 눈으로 보면서 찍을 수 있다는 장점 또한 있다.
AF 기능도 SLR에서 사용하는 위상차 방식을 쓸 수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미러리스도 위상차 방식을 혼용하는 추세로 진화는 하고 있으되 아직 그 과정 하에 있다고 봐야 하겠다. 위상차 방식은 핀 검출 속도는 빠르지만 촬상면과 위상차 센ㅁ서가 따로 존재하기 때문에 핀 교정이라는 피할 수 없는 굴레가 생긴다. 미러리스는 주로 콘트라스트 검출 방식을 사용하고 이것은 위상차 방식에 비해 느리지만, 근 몇년간 눈부신 발전을 해 왔다. 근래에 와서는 위상차에 비해 크게 뒤떨어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핀 교정이라는 스트레스도 없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본다!)
a7은 위상차 센서를 촬상면에 가지고 있어서 위상차 기능을 사용하긴 하지만 SLR 기기에 비하면 느린건 느린거다. 그냥 있다는 것에 의의를 두면 된다.
위의 두 가지 항목은 미러리스가 가지는 숙명같은거다. 미러가 없고, 그에 수반하는 위상차 AF 모듈도 없고, 크고 아름다운 펜타프리즘이 가지는 뭐랄까 반사된 상이 주는 고전적인 아름다움이랄까, 그런게 없는거지, 뭐.
또 하나 미러리스가 가지는 단점이 있다. 센서에 달라붙는 먼지. 센서 앞에 미러가 없는 구조라 렌즈를 빼면 센서가 바로 보인다. 그래서 먼지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a7이 여기에 더 취약한 구조라는 것이, 풀 사이즈 센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센서가 더 크면 더 많은 먼지가 달라붙기 마련이거든.
a7 자체의 추가적인 단점은 아래와 같다.
1. 휴지통 버튼(C3) 불량
기기 자체의 가장 대표적인 문제점을 들자면, 휴지통 버튼(C3)의 불량이다. 이것이 중간에서 걸리는듯이 딸깍 거리는 느낌이 있어야 하는데 그냥 쑥 들어가는 현상이다. 확신이 어렵다면, a7의 다른 버튼들과 누르는 감이 동일한지를 확인해보면 된다.
바디 문제는 아니지만 사용할 수 있는 렌즈가 한정되어 있다 보니 몇개 안되는 그 렌즈들의 문제도 크게 다가온다. 렌즈에 대한 가장 큰 문제는 먼지다. 동시에 발매된 SEL35F28ZA 도 다소 먼지가 있다고 보고되고 있고, 이후 발매된 SEL55F18ZA 에서는 다수의 먼지 보고가 발생하고 있다. (심한 경우 4회 이상의 교체 경험자도 발견된다.)
55mm F1.8 렌즈의 경우, 바디에 연결하여 조리개를 열고 조리개 뒤쪽의 렌즈에 묻은 먼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한다. (35mm F2.8 렌즈도 마찬가지인듯 하다)
사진을 찍고 바로 리뷰 버튼을 누르면 저장중이라는 메시지가 뜨는 문제다. 얼핏 보면 사소한 문제지만 실 사용에는 이것만큼 짜증나는 현상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아래 링크에 동영상을 잘 보면 알겠지만 저장중입니다, 메시지 이후 리뷰를 바로 보여주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본다. 그러니까 저장중이면 저장이 끝난 다음에 리뷰를 보여줘야 하지만 저장중이니 리뷰 동작을 캔슬하는 것이 본질적인 문제다.
뭐 빠른 메모리를 쓰거나 아예 좀 기다렸다가 리뷰 버튼을 누르면 이런 현상이 없다고 하니까 참고. 사용에 지장이 있을만큼 긴 시간도 아니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