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워즈 1~2권 (구왕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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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장르 소설을 보는데도 공부해라! 공부해서 남주냐! 이런 색다르고 방대한 설정과 이런 시스템, 이런 수많은 인물들이 있으니까 일단 다 공부해서 배워라! 아참, 이런 대단한 글이 전개가 단조로우면 미안하지? 전개도 이쪽으로 한번 꼬고 저쪽으로 한번 꽈서 복잡하게 만들어주마! 우하하! 내 글을 읽겠느냐!

.. 라는 작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




이 글은 무협지다. 환협지도 아니고 거의 완벽한 무협지에다 환타지의 껍질만 입혔다. 최초의 전개, 전대 고수가 남긴 비급을 찾기 위해 고수들이 모이는 장면, 어투나 사고방식 이런 것들 역시 무협지를 그냥 가져다 놓은 것처럼 닮아 있다. 사실 그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1997년 개봉된 큐브라는 영화가 있다. 글의 중간에 나오는 큐브 형식의 비공은 이 영화를 가져다 놓았다. (오마쥬라기 보다는 복제라고 보고 싶다.)

참고 사이트 : http://kin.naver.com/detail/detail.php?d1id=3&dir_id=30104&docid=225509&qb=7YGQ67iMIOuLiOy9nA== (영화 큐브 내용 설명)

초반 이야기는 대단히 꼬여있다. 첫 등장인물, 그 다음 등장인물, 용병단의 잔당을 추적하는 한 무리, 그리고 주인공의 등장이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다가 어느 순간 짜맞춰진다. 흥미롭다기보다는 좀 짜증나는 편. 짜맞춰지는 자체도 톱니바퀴가 맞물리는 모양이라기 보다는, 그냥 얼기설기 엮어놓은 모양이다. 생략된 부분도 꽤 되고.

어쨌든 이 작가도 꽤 독창적인 것을 추구하는듯 하다. (글에서 고집이 느껴진다.) 흔한 익스퍼트, 마스터 등의 설정보다는 자신이 만든 다른 단위를 사용한다. (그래도 역시 서열화 및 줄세우기에 따른 일반화에서 벗어나지는 않는다. 껍질만 바꼈을 뿐 본질은 그대로다.) 설정은 나열되나 왜라는 질문이 부족하다. 이를테면, 큐브를 만드나 이런 규칙은 절대적으로 적용된다. 왜? 이러하기 때문에 반드시 이런 규칙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의 대목에서 이유는 그저 규약과 습관에 지나지 않는다. (고 본다) 세상의 수많은 인격들을 모두 단순하게 규격에 짜맞추는 발언이다. 3년 수련을 쉬면 그만큼 뒤쳐진 것이 아니라 평생 따라잡지 못하게 된다는 것도, 뭔가 어색하다. (이런식으로 설정은 여기저기서 조금씩 걸린다.)
또, 귀족으로 전투에 참여하려면 무슨무슨 인력구성이 필요하고, 가문으로 인정받으려면 또 뭐가 얼마 뭐가 얼마가 필요하고, 요런 것이 관습적이던 성문법으로던 정해져서 불문율로 지켜지는 모습. 여기 법이나 관습 체계는 세부 단위까지 참 상세하게도 되어 있다 싶다.

더 똑똑하다던 세째 동생이 (게다가 주인공보다 훨씬 오래 그 문제에 대해서 고찰했을 것이 분명할 것인데도) 그냥 쭉 이야기를 듣고 이래저래해서 이래저래한거군! 하고 외치는 주인공의 말에 아~ 하고 만다.
여분의 대사와 서술이 좀 많은 편. 이 장면에서 누군가 이래저래해서 이래저래하니 이래저래하는거군 왓핫핫 하면 또 다른 장면에서 누군가 또 그러고 있다. 다들 떠벌리는 것을 참 좋아하는듯 하다. 더 재미있는 것은, 다들 약속이나 한 듯이 똑같은 예측을 똑같은 방식대로 하고 있다는 거다. 한쪽이 '얘가 이런건 이렇기 때문이야 그래서 이렇게 해야되' 라고 생각한다면, 다른 한쪽은 '내가 이렇게 했기 때문에 저놈은 이렇게 생각할꺼야' 라고 생각하고, 둘다 (작품속에서) 똑똑하다면 아귀가 딱딱 맞는다. .. 고차원적인 정신적 교감을 나누고 있는 듯.

게다가 폼잡으며 '내 무슨무슨 어쩌구어쩌구 소드 스킬을 받을 수 있겠느냐' 내지는 '내 무슨무슨 어쩌구어쩌구 스탭으로 피할 수 있어!' 같은 대사를 보면 정말 손발이 다 오그라들 정도다. (xx창은 무슨무슨 어쩌구어쩌구 스피어, xx도는 무슨무슨 어쩌구어쩌구 나이프, 요런식으로 한자를 고대로 영어로 풀어놓은 것 같은 작명은 정말 민망하다;) 또, 가문에 숨겨진 어떤 스킬 북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이 책, 원래 게임이였나?) 게다가 이런 전투장면이랄까?

'무슨무슨 어쩌구어쩌구 소드 스킬!'
'퍽! 퍽! 챙! 챙!'
'무슨무슨 어쩌구어쩌구 스탭!'
'탁탁!'
공격에서 빠져나온 아무개는 반격했다!
'무슨무슨 어쩌구어쩌구 스피어 스킬!'
'챙! 챙! 윽!'
세번의 공격중에 한번이 성공됐다!


특히 2권 끝 부분에 보면 아주 간략하게도 이런식으로 전투장면이 나열되고 만다. (뭐 딱 저런 식으로 저열하게 서술된건 아니다.)

그냥 생각없이 읽기에는 짜증나는 글. 몰입하면서 읽기에도 거슬리는 부분이 많다. (저 오그라듬 부터 좀 어떻게 해야 할듯;) 스토리의 진행이야 좀 더 두고 봐야 할듯 하지만, 글쎄.
개인적으로는 무협지 냄새가 (80년대 만화방 무협같은) 너무 많이 나는데다 작명이라던지, 저런 전투라던지 정말 민망하게 만드는 이런저런 부분에서 그다지. (독자 타깃을 상실한 듯한 느낌이 드는 글.)

PS. 무려 '전작'이 있다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놀라게 되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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