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 오브 데스 1권 (강광원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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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사상, 이라는 말을 가끔 쓰긴 하지만 이 글.. 정말 사상 한번 위험하다. 이기적이고 독단적이고 제멋대로인 이런 글이 인기를 끈다는 것 자체도 좀 위험해 보이긴 한다. 나름대로 어떤 독자들에게는 먹힐만하게, 있어 보이고 잘난체 하는 구석도 있다. '2만명따위야, 훗' 하는 먼치킨스러움도 있다. 더군다나 주인공은 인간도 아니다.

뭐 그런 입장에 인간다움을 바라는 것은 무리일지도. 2권이 없어 못빌린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




300년 만에 어찌어찌 살아나서 가문을 부활시키는 것이 목적, 이라고 가장하고는 사실상 뭐 세계를 구한다거나 신이 된다거나 이런 어마어마한 목표를 가진 것처럼 보인다. 거기까진 좋다. 어마어마한 파워 인플레. 세계는 이미 검도 마법도 쇠퇴해서 주인공에 비견할 수 있는 인물은 이미 작은 왕국 따위에서는 찾을 수 없다. 제국은 그럴만한 인물이 있을 것 같다고 하곤 있지만, 그 곳으로 갔을 때는 이미 한단계 파워업 해 있겠지?

300년 만에 나타난 주인공의 아공간 보관함이란 참 편리한 물건인것 같다. 드문드문 이 아공간에는 정말 대단한 것이 잔뜩 들어있지 으쓱으쓱 하는 멘트를 날려주다가, 결정적인 것이 필요할 때 아참 내 아공간에는 이런것도 들어 있었어 하고 꺼내서 쓱싹 해 주시면 그만이니까.

이 글이 위험한 이유는 이거다. 주인공은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단편적으로, 영지의 발전을 위해 행정관을 파견할때 세뇌를 시킨다고 되어 있다. '인과율에는 벗어나지만 좋은 일을 하는거니까' 라던가? 정확한 멘트는 생각이 나지 않지만, 대략 목적만 선하면 수단은 관계 없다는 뜻이다. .. 휴. 말을 말자.
주인공 손짓 한방에 (한방은 아니고 뭐 이래저래 싸우다가) 몇만명이 말 그대로 죽어나간다. 삼국지 적벽대전에서 도합 100만명이 싸우지만(싸운다지만) 거기서 몇명이나 실제로 죽었을까? 뭐 이런거야 다른 소설에서도 마찬가지니까 그렇다고 치고. (그냥 죽어라. 나도 모르겠다. 겨우 몇만 죽은거 가지고 더 따져봐야 피곤할 뿐이고) 중간 중간 나오는 말도 안되는 개그씬들도 그렇다고 치고. 술을 빚을 줄 모른다는 이상한 드워프 집단에다, 제멋대로에다 괴퍅한(나이먹고 걸맞지않게 주책인) 반신(半神) 드워프 할아범도 뭐 그렇다고 치고.

그렇게 2만명이야 내 밥이지! 하고 해치우다가 다음날에는 뭔가 이상하다는거다. 난 내가 아닌가벼?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난 내가 아니라는 사실을 긍정하고 받아들인다. 포기가 참 빠른 주인공이다. 뭐 이계에 떨어져서 며칠만에 적응하는 엄청난 생존력의 다른 주인공들도 있는데 그냥 뭐 그렇다고 쳐도 될듯.

주인공은 자신에 대한 고민만 있을 뿐 다른 고민거리는 별로 없다. (있다면 영지를 재건한 후에 어떻게 놀러다닐까에 대한 고민 뿐일듯) 300년만에 되살아난 목적, 그러니까 영지를 발전시키는 것에 대한 고민 역시 별로 없다. 그건 어련히 그렇게 된다, 라고 생각하고 있는듯 하고 실제로 글도 그렇게 진행될듯 하다. (영지발전 5개년 개획이라고 뭔가 이건 이렇게 해 저건 저렇게 해 하고 시작! 해버린다. 영지 발전물 요소는 여기까지가 끝일듯.) 대체로 뭔가 건조하고 장중한 문체를 흉내내려 한듯 한데, 무거운 대목은 그냥 끈적거리고 가벼운 부분은 한없이 하늘로 날아올라가 버린다. (심지어는 조연, 아니 엑스트라들이 단체로 코러스까지 넣어준다. 아주 바람직한 코미디다) 그냥 가벼운 것을 억누르고 있다는 느낌 뿐이다.

나중에는 뭐 백만명 혼자 쓸어버리고 룰루랄라 신이 되거나 하겠지. 딱 여기까지만 관심을 두고 싶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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