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위주, 크롭 바디의 단렌즈 이야기 (30mm, 50mm, 85mm, 제주도 사진 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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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생활 어언 1년. (그래. 연식도 얼마 되지 않는 초보 사진사다.) 어느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손에는 단렌즈 3개가 쥐어져 있었다. 왜 그랬을까? 번들도 그리 만족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유일하게 써 본 F2.8 고정 줌렌즈였던 24-60 역시 나쁜 렌즈는 아니였다. 짐작컨데 어느 순간, '줌 렌즈가 딱히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그냥 빈 화각을 채우고 느끼는 만족감 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뭐 딱히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그렇게 손에 들려진 렌즈 3개를 들고 신나게 제주도를 다녀 왔다. (자랑자랑)
아참, 사진이 좀 많아서 로딩이 길다. (잘 찍은 사진들은 아니지만.)



1. 30mm. (FF 환산 44mm ~ 46mm)

실제 썼던 렌즈는 Sigma 28mm F1.8 EX DG Asp. Macro 지만, Sigma 30mm F1.4 EX DG HSM, 혹은 EF 28mm F1.8 렌즈도 좋을 것 같다. (항상 강조하지만 이 화각의 최선은 삼식이다.)

2009/08/20 - [DSLR/렌즈 사용기] - Sigma 28mm F1.8 EX DG Asp. Macro (부제: 삼식이가 사고 싶었어)
2009/09/06 - [DSLR/렌즈 사용기] - Sigma 단렌즈 간단 비교 : 30mm F1.4 EX DG HSM vs 28mm F1.8 EX DG Asp. Macro

가끔 50mm나 85mm를 쓰기도 했지만, 실내 사진에는 30mm (실제로는 28mm 지만) 만으로 충분했다. 이 렌즈는 넓게 담는 스냅으로도 썼다. 주로 장면을 담는 눈이 좁기 때문에, 보이는 것을 다 담으려고 하기 보다는 선택적으로 담으려고 했다. 물론 찍어 놓은 사진이 답답해 보이는 것도 있긴 했다.

제주 국제공항에서 빠져나가는 길. 차 조수석에서 스냅으로 담은 사진. 속도감이 느껴져서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조수석에서 28mm로 이정도를 찍으려면, 조금 앞으로 들이대서 찍어야 했다. 차가 덜컹거리기라도 하면, 아이쿠.

제주도 도깨비도로. 광각이면 좀 더 넓게 담았겠지만, 나름 주변에 담을 것은 다 담으면서 집중된 화면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1100 고지 휴게소 근처 습지 생태공원. 28mm로 찍은 돌 사진의 느낌. 같은 뷰에서 50mm로 찍은 사진은 아래쪽에 있다.

제주도 씨에스 호텔의 조식 부페. 28mm의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음식 사진. 좀 더 조였으면 좋았을 것 같지만 이정도도 만족.

제주도 해양 스포츠 머시기였던것 같은데, 샹그릴라라는 요트가 정박되어 있다. 85mm 사진과 비교해보면 확 차이가 난다. (물론 요 사진은 핀이 요트에 맞은 것은 아닌듯.)

제주도의 돌하루방 미니어처. 28mm의 간이접사 덕에 찍을 수 있는 사진.

씨에스 호텔 테라스의 의자에 커피를 세팅(응?). 비슷한 뷰를 50mm로 찍은 사진이 있다.

씨에스 호텔에서 바닷가로 내려가는 길. 아래쪽에서는 해녀분들이 물질을 하고 있다. 거의 왜곡이 보이지 않으면서도 편안하게 느껴지는 화각이라고 생각한다.

한 음식점 앞의 바닷가쪽 풍경. 같은 방향을 85mm로 찍은 사진이 있다. 섬과 소나무를 어울리게 찍기 위해서는 85mm가 필요했다.

제주도 스위트(Suite인데 왜 스위트라고 읽는지 모르겠다) 호텔 뒤편의 풀장으로 향하는 계단. 비슷한 뷰를 50mm로 찍은 사진이 있다.

스위트 호텔 풀장. 28mm는 위에서 아래로 풀장 전경을 담을 수 있다. (조금 잘렸지만) 비슷한 뷰를 50mm로 찍은 사진이 있다.

섭지코지 안으로 들어가는 마차, 인지 그냥 세워져 있는 마차인지는 모르겠다. 하튼 입구에서 본 마차.

섭지코지 안쪽의 등대 옆 건물인데.. 이름을 모르겠다. 이게 올인하우스인가. 어쨌든 대략 광각 느낌을 내보려고 찍었는데, 이런걸 보고 망했다고 하나.


크롭에서 28mm는, 넓지만 조금 더 넓었으면 좋았을 그런 화각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20mm나 24mm를 쓰고 싶었지만 (FF 환산 32mm, 38mm 가량) 크롭에서도 어느정도 눈에 띄는 왜곡이 일어나는 20mm나 24mm 단렌즈 특성상 28mm를 골랐던 것이고, 나름 정말 소중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2. 50mm (FF 환산 80mm)

50mm가 크롭에서는 애매한 화각이라고 부른다. 왜 그럴까? 실내에서는 너무 좁고 실외에서는 너무 넓다, 이게 어떻게 보면 가장 솔직한 답인 것 같다. 카페에서는 쓸 수 없고, 좀 거리가 있는 실내 그러니까 집에서 사용하기는 적당한 편이였다. 야외에서는 너무 넓다, 는 것도 정답은 아닌것 같다. 나름 망원에 속하는 렌즈인데, 넓을 리가 없다. (고 생각한다.)

사실 여기서의 주인공은 50mm였다.
그만큼 사진도 많이 찍었고, 생각보다 무척 좋은 색감을 뽑아내주셨다. 느낌상으로 이 28mm는 약간 탁하고 어둡다는 느낌이 있고 85mm는 투명하다기 보다는 조금 색이 바래 보이는 느낌이 있었다. 50mm는 투명하고도 선명하고 따뜻했다.

2009/09/16 - [DSLR/렌즈 사용기] - Sigma 50mm F1.4 EX DG HSM (오식이)

물론 (실내에서의 그 활용도가 무척 제한적이기 때문에) 크롭 바디에서 바디캡으로 쓸 단 하나의 렌즈는 아니다.

제주도. 1100 고지 휴게소 옆의 습지 탐방로. 광각으로 찍는 풍경은 포용이라고 생각하지만, (준)망원으로 찍는 풍경의 느낌은 집중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사진의 느낌이랄까. (삐뚤어진건 그냥 애교로;;)

1100 고지 휴게소 근처 습지 생태공원. 위의 28mm 사진과 비교해보면 무척 집중되어 있다. 뒷 배경이 먼 편이 아니라 28mm 사진과 비교해서 배경 압축의 느낌은 잘 살아나지 않는다. 단지 크롭된 느낌.

협재 해수욕장에서 찍은 건너편 비양도 모습. 풍경이되 비양도가 배경이 아니라 주제가 된 모습. 같은 뷰를 28mm로 찍었으면 협재 해수욕장이 주가 되고 비양도가 부가 되었을 것 같다.

역시 협재 해수욕장에서 낚시를 하시던 분을 찍은 사진. 바위와 함께 바다를 찍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이 도촬하게 되었다. 크롭의 50mm가 주는 이런 느낌이 너무 좋다. 마음에 드는 사진이지만, 수평선을 약간 더 위로 뒀으면 좋았을껄.

초콜릿 뮤지움을 입장하면 주는 컵. 역시 삐뚤어졌다. 췟. (삐뚤어질테닷;;)

초콜릿 뮤지움 안의 장난감 기차. 비슷한 뷰를 85mm로 찍은 사진이 있다.

초콜릿 뮤지움 안의 미니어처. 50mm로 찍는 미니어처는 조금 들이대는 기분이다.

제주도 도로 막샷. 50mm로는 조수석에 앉아 편안한 자세로 도로를 찍을 수 있다.

씨에스 호텔 안의 조경중 하나. 적당히 집중할 수 있는 프레임이 나왔다고 생각이 든다.

씨에스 호텔 테라스쪽 의자 막샷. 28mm는 좀 더 접근해서 위에서 아래로 찍을 수 있지만 50mm는 뒤에서 찍어야 전체 화면을 잡을 수 있다.

스위트 호텔 풀장 전경. 50mm로는 옆에서 비스듬히 담아야 대략 그림이 나온다. 28mm로 찍은 사진과 비교해 보면.. 물론 명확하게 같은 뷰는 아니지만.

스위트 호텔 풀장으로 가는 계단. 28mm 사진은 조금 아래 계단이 멀어져 보이지만 50mm 사진은 당겨져 보인다. 물론 배경흐림 때문에 멀리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스위트 호텔 조식 부페. 50mm로 테이블 위의 사진을 찍으려면 앞 자리정도를 찍는 편이 편하다.

쇠소깍. 파도가 바위에 부서지는 장면을 찍는데만 열중해서 좀 더 다가가는 것을 잊어버렸다. 아니, 이 장면은 85mm를 썼으면 조금 더 좋았을껄 싶다. 대략 망한 사진.

쇠소깍에서 안쪽으로 담수가 흘러나오는 곳. 계곡을 한컷에 담을 수 있어서 좋았다. 씨에스 호텔 바닷가 내려가는 길을 28mm로 찍은 사진과 비교해보면 먼쪽 배경이 멀어지는 느낌, 가까운 배경이 다가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보너스로, 비행기에서 찍은 서울 야경.


물론 50mm는 크롭바디에서 '일반적으로' 바디캡으로 쓸만한 렌즈는 아니다. 하지만 실내에서 한정된 공간, 그러니까 카페에서 맞은편 사람 얼굴을 찍는다거나 음식 사진을 찍는 경우를 제외하면 바디캡으로 충분히 쓸만한 렌즈라고 생각한다.



3. 85mm (FF 환산 136mm)

사실 여행에서 50mm를 쓰기 시작하면서, 85mm는 좀처럼 마운트 할 일이 없었다. 85mm가 그만큼 매력이 없는 화각이라서 그렇다기 보다는, 처음 써보는 새로운 50mm 렌즈에 익숙해지기 위해 비교적 85mm 마운트 횟수를 줄여서 그랬을 것이다.

산책을 가면서 85mm를 마운트 하고 출발한다. 같이 손잡고 산책을 한다면, '아 저기 좋다. 사진 찍고 가자' 했을때 한참 떨어졌다가 사진을 찍고 다시 나란히 손잡고 산책을 해야 한다. 그러기에는 버거운 거리다. 모델을 자유롭게 두고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게 되면, 피사체는 앞 혹은 뒤에 멀리 위치하도록 거리를 맞추게 된다. 그렇게 찍는 사진은 피사체와 대화가 다소 힘들고, 어느정도 도촬의 느낌이 있다.
이때 50mm라면, 보통 같이 산책할 때 두는 거리만큼 두면서 자연스럽게 찍는 것이 어느정도 가능하다. 30mm였다면 한걸음 정도 떨어져서 찍을 수 있는 정도를 50mm라면 두어걸음, 85mm라면 대여섯걸음은 떨어져야겠지. 50mm의 거리 정도는 용납이 가능한 거리라고 생각한다. 적당히 망원 느낌도 나고.
그렇지. 피사체가 모르는 순간 찍어버리는 도촬의 느낌 때문에 85mm를 사랑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고보니 85mm 사진들 대부분은 찍히는 쪽에서 인식을 못하는 사진들이 많았다.)

2009/08/15 - [DSLR/렌즈 사용기] - EF 85mm F1.8 USM (애기만두)

망원으로 찍은 사진들은 무척 집중된 화면을 보여주고 배경을 확 당겨 압축해 버리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정돈된 느낌이 든다. 크롭의 50mm는 그런 맛이 좀 있다. 이것이 85mm로 오게 되면 그런 맛은 한층 더 강해진다.

점점 더 망원이 될수록 힘들어지는 것은 어떻게 피사체를 적당히 담을까, 하는 문제다. 이렇게 찍어볼까, 하고 보면 이만큼이 잘려 있다. 그걸 열심히 거리를 맞춰서 다시 보면 이미 그 찍고 싶었던 장면은 지나가고 없다. 솔직히 망원은 줌렌즈가 답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내가 85mm로는 주로 도촬 비스무리하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피사체와 미리 거리를 맞춰놓고 원하는 장면까지 기다리는거다. 주로 뒤에서 그 짓을 하는데, 그래서 85mm로 찍은 사진들은 뒷모습이 좀 많은 편이다. 가끔 앞모습도 찍고 싶긴 하다.) 좀 다른 각도에서 피사체를 찍고 싶을때도 그렇다. 움직여야 하는 동선이 점점 더 길어진다. 초점거리가 짧은 렌즈보다 생각을 좀 더 많이 하게 된다. (안그러면 발이 힘들어진다.)

제주도 초콜릿 뮤지움에서 찍은 미니어처. 전시되어 있는 미니어처를 적당한 거리에서 찍는 것은 85mm가 최고인것 같다.

역시 초콜릿 뮤지움.

역시 초콜릿 뮤지움.

초콜릿 뮤지움 안의 모형 열차. 50mm 사진과 비교해보면, 약간 위치는 다르긴 하지만 조금 감이 올듯도 하다.

28mm 사진에도 있는 샹그릴라 호의 정박된 모습. 비슷한 위치에서 찍었지만 뷰는 확 차이가 난다.

역시 28mm 사진에서도 볼 수 있는 소나무와 섬 사진. 대략 잡다한 전봇대들을 모두 잘라내고 섬과 소나무를 꽉 차게 담을 수 있었.. 다고 생각했는데, 저 줄은;;

85mm 가로 인물 풀샷. 건물과의 거리는 못해도 30m는 되 보였다. 여긴 신라호텔 입구쪽.

크기를 보면 알겠지만 두 인물의 간격은 대략 10m 정도. 하지만 그다지 떨어져 보이지 않는다. 핀을 가까운쪽 인물에 맞췄으면 먼쪽 인물은 좀 더 흐려져 보였을거다.

85mm로 찍은 풍경. 아래 백사장은 그야말로 까마득해 보일 정도였다. 갇힌 프레임의 답답한 뷰라고 하지만 뭐 보기 좋기만 하다.

85mm로 차 조수석에서 찍은 제주도 도로. 아주 편안하게 찍을 수 있었다.

섭지코지 안으로 들어가는 마차를 끄는 말. 28mm와 유사한 위치에서 찍었다.

보너스로 일몰, 이지만 5분 이른 일몰. 일몰까지는 있고 싶었는데 일행들이 너무 보채서 그냥 출발할 수 밖에 없었다. 그닥 좋은 사진은 아니지만 아쉽다.


애가 더 커서 운동회를 하고, 발표회를 하고 이렇게 되면 좀 더 망원이 필요할지는 모르겠다. 지금은 85mm로 망원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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