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F 85mm F1.8 USM (애기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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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와 번들을 사고 어느날 웹서핑을 하면서 여러 렌즈들을 연구하고 있다가, 요 렌즈가 눈에 확 들어왔다.
그리고 '사줘사줘사줘사줘' 하고 졸라대기 시작했지.
때마침 환율이 미친듯이 상승하기 직전이라는 것도 크게 작용했어.
'언젠가는 하나쯤 있어야 하는데, 지금 못사면 나중에는 비싸서 못사' 라는 말이 통했거든.

그리고 난생 처음, 10만원 보다 비싼 렌즈가 생긴거야.
그리고 전핀이셨지; 내 렌즈는 무조건 다 전핀에서 시작하시는 것 같아.

요놈. 후드는 별매. 플라스틱 조가리 치곤 엄청 비싸. 일명 개밥그릇 후드라고 하는데, 뽀대 안난다고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은편.

후드를 제대로 씌워보면 이렇게 되고, 렌즈 앞 홈에 물려 빙글빙글 돌아가.


.. 그리고 정말 숱한 사진을 찍어주셨어.
아마 난 이 렌즈는 버리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곤 해.

캐논의 라인업에서 85mm 렌즈는 85mm F1.8, 그러니까 속칭 애기만두인 이 녀석과 함께, 85mm F1.2 II 라는 어마어마한 분, 속칭 만투라고 계셔. 몸값도 엄청나게 비싼 분이시지. 그 렌즈 때문에 캐논을 쓴다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고. 아마 이 렌즈 한 4-5개 값은 되지 않을까. (얼마지?) 모든 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지만 딱 하나 이 렌즈가 좋은 점이 있어. 포커싱이 빠르다는거야.
이걸로 이리저리 뛰는 애들 사진 여럿 잡아주셨지. (훗.) 물론 반절은 핀이 나갔어. (훗;;) 그래도 반절은 건졌으니까.

장점은,

1. 밝은 망원 단렌즈로 소임을 다 하고 계셔. 만듦새도 튼튼하고, 그리 무겁지 않은 편이고.
2. 위에서 말한것 처럼 포커싱 하나는 빨라. 뛰는 애를 앞에서 잡을 수 있을 정도? (그치만 핀을 두세번 잡는 버릇 때문에 항상 핀이 나가곤 해;)
3. 최대 개방에서도 쓸만할 정도로 샤프한 이미지를 뽑아주시는 분이고. 가격 대 성능비로 따지면 수위권을 차지할거야. 물론 1등은 50.8

단점은,

1. 후드야. 뽀대 안나는 후드라는 말은 아니고. 솔직히 저 모양도 충분히 이쁘다고 생각해. 그렇지만 1번 사전처럼 후드를 뒤집어서 끼워넣으면, 렌즈 잡기가 힘들어. 조금 짜증나는 편이랄까.
2. 색수차, 색수차, 색수차. 이 렌즈를 쓰기 전까지는 색수차라는 것을 잘 몰랐어. (50.8이랑 거의 비슷한 시기에 사용했던 것 같아.) 그렇지만 이 렌즈는 색수차.. 라는 것을 체감하게 해주시는 분이야. 밝은 날 빛이 반사된다 싶으면 무조건 색수차가 생긴다고 봐야되.
3. 최소 촬영거리가 85cm야. 이건 솔직히 85mm 단렌즈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인건 인정. 그래도 가끔 아쉬울때가 있어. 이를테면, 24-60이랑 85mm랑 렌즈를 두개만 가지고 있는데 24-60을 팔아야 하는거야. 판매글에 올릴 사진을 찍어야 되는데 도저히 제대로 찍을수가 없었어. ㅠ_ㅠ;;

사실 단점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편이고. 저렴하게 캐논 라인업을 구성한다면 꼭 들어가야 하는 렌즈라고 봐. 실내에서 사진을 찍기 힘들다고 하는데, 사실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대략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나면 편해. (는 아니고.) 조금 떨어져서 찍으면 애기 반신샷 정도는 가능해. 대략 2-3미터쯤? 사람 어깨 위 정도로 잡아서 찍는다고 하면 실내에서도 큰 무리가 없다고 봐.
그래도 야외에서 더 좋긴 하지.

EF 85mm F1.8 USM
419900 / 디지털가전/휴대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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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능이 있네. 꼭 내가 용팔이가 된 기분이 들게 해주는 기능이잖아. 최저가 44만.. 휴. 1년새에 10만원이 오른거야. 역시 미친 환율.

최대한 땡겨서 찍은 민들레 사진. 접사 비스무리한 것은 꿈도 못꿔. 이정도가 최선이랄까. 이때만 해도 전핀이셨어.


이 렌즈로는 꽃사진을 디기 많이 찍었던 것 같아. 꽃이랑 묘하게 궁합이 잘 맞았던가? 요건 생화. 하지만 느낌은 조화? 집 뒤 꽃집.

살짝 조여서 다시 민들레. 이번에는 씨. 보케 모양이 그리 이쁜 편은 아니고.

처음으로 올리는 인물사진. 괜찮아. 뒷모습이라서. 10년뒤에 자기 기저귀 사진을 지워달라고 떼를 쓸지도 몰라. 그때 가 봐서. 이정도 찍으려면 약 2미터는 뒤로 물러났던것 같아. 뭐, 실내에서 이정도까진 가능하다, 정도? 그나저나 저 셔속은 미쳤다고 봐야지. 그러고 보니 흔들린것 같네.


실내에서 거의 최단초점에서 찍은거야. 1미터 가량 됐던 것으로 기억하고, 이 정도까지는 찍을 수 있고. 까페로 따지면 옆 테이블 정도? 여긴 웨스턴 돔 안의 와플가게.


F2.8까지 조여서 찍은 꽃사진. 나름 화사하잖아?


정물을 찍는 나름의 화각과 거리가 있다고 생각해. 음, 나의 경우는 그 거리가 85mm에 맞았던 것 같고. 거기서 나온 결과물이 꽤나 만족스러웠던 느낌. 인물사진에 최적인 렌즈라고 하지만, 꽃 사진을 찍는데도 아주 좋았어.
돈 있으면 만투를 쓴다고 하지만 내가 돈이 있다고 해서 만투를 쓸 것 같지는 않아. 차라리 사무엘이나 구슬이를 사고 싶어. (물론 그럴 확률은 무한히 0에 수렴한다고 보지.)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내가 사진 생활을 접는 날 같이 팔게 될 렌즈? (이지만 이미 팔았;; 미안;;)

2009/08/23 - [DSLR/렌즈 사용기] - 색수차 예제. (50.8, 85.8, 2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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