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gma 28mm F1.8 EX DG Asp. Macro (부제: 삼식이가 사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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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식이가 사고 싶어! 하면서 파닥거리다가 결국 이쪽을 구매해 버렸다. (...)
인기가 그다지 많지 않은 레어 렌즈에다 매물도 별로 없는 와중에 덜컥 매물이 (생각만큼) 적당한 가격에 나와주셔서 서슴없이 질러주셨는데..

애기만두가 찍어준 증명사진. (역시 애기만두. 이런 상황에서도 색수차를 보여주신다.) 가운데 초점링을 당겨서 AF랑 MF를 전환한다. MF상태에서 포커싱을 맞춰보면 지징거리면서 초점링이 도는데, 아주 위험해보인다. (모터나갈라;)

경통의 움직임이 조금 있다. 최단 초점거리에서 가장 길어지고, 무한대 초점거리에서 가장 짧아진다. 그래봐야 늘어나는 구간은 1cm 가량.

WINDICS UV. 생전 처음보는 필터 메이커인데, 정말 마음에 안든다; (그냥 마음에 안든다; 그래서 바꿔보려고 해도 이건 77mm 필터잖아? 안될꺼야. 아마.)


렌즈 거래를 한 후에 본 주인에게 물었다. 뭐라고 물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나지만, 이런 말씀을 하셨다. 너무 소프트해서 감당이 안됐다구. 사실 이 렌즈가 다소 소프트하긴 하다. 그렇지만 단렌즈인데, 감당 안될 정도의 소프트함은 조금 이상하지 않을까?

그래서 테스트해봤다.

핀 테스트 용도로 약 1미터 거리에서 찍은 사진. 초점은 박스의 SIGMA 아래 글자에 맞췄다.

초점이 맞은 부분 확대. 오른쪽 글씨를 봤을때 대략 '문' 혹은 '점' 근처에 초점이 맞은 것 처럼 보인다.

좀 더 가깝게 찍은 사진. 책상에 앉아서 최대한 편한 자세에서 찍은 것이다. 역시 초점은 SIGMA 글씨 아래 글씨에 맞췄다.

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이로써 전핀 확정. 센터 예약 완료. (...)


이번에도 전핀 작렬(;;) 센터로 직행 하셨다.

Sigma 30mm F1.4 EX DC HSM, 일명 삼식이라 불리우는 이 렌즈는 많은 사람들이 '크롭 바디의 진리 오오오' 해주시는 물건이다. '핀 잘 맞는 삼식이는 신이 내려주신다'는 격언도 있... 이건 아닌가. 어쨌든 신형 삼식이는 핀도 잘 맞는다고 하고, 삼식이 사용자 카페가 개설될 정도로 인기가 많은 편이다.
이정도면 거의 신흥 종교 수준?
어느 메이커나 F1.4 조리개의 렌즈는 50mm를 제외하고 비싸다. 50mm는, 어짜피 35mm 풀프레임 규격에서는 표준에 해당하는 화각이고, 그래서 렌즈를 만들기 편한 편인가? 모르겠지만 같은 조리개에서 대부분의 렌즈들이 싼 편이다. 라고 생각하고 나면 풀프레임 규격의 50mm에 해당하는 크롭바디에서의 28mm~35mm 초점거리의 렌즈도 충분히 싸게 나올 수 있다고 봐야 하겠다. 물론 크롭바디 전용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틈새시장을 절묘하게 파고든 렌즈가 삼식이다.
그리고 불티나게 팔려주셨다.

애초에 포스팅 제목은 28.8인데 삼식이 이야기만 하고 있네.

삼식이 이전에 시그마에서 내 놓은 단렌즈 3종이 있었으니, 그들은 다음과 같았다. (두둥)
Sigma 20mm F1.8 EX DG Asp. RF
Sigma 24mm F1.8 EX DG Asp. Macro
Sigma 28mm F1.8 EX DG Asp. Macro
출시 이후, 요 렌즈들은 시그마 단렌즈 3총사로 불리면서 메이저 회사에 없는 유니크한 화각의 단렌즈로 사랑을 많이 받았다. (캐논의 경우 28mm의 동일한 화각의 F1.8 렌즈가 있긴 하다. 하지만 가격은 1/3정도 더 비싸 주신다. 더군다나 후드 별매.)

접사 배율로 따지면 24.8 (1:2.7) > 28.8 (1:2.9) > 20.0 (1:4),
무게로 따지면 24.8 (485g) > 28.8 (500g) > 20.8 (520g),
가격별로 따지자면 20.8 (65만) > 24.8 (52만) > 28.8 (40만)이 되겠다.

이 렌즈들을 따지자면 항상 왜곡이라는 단어가 따라다니는데, 어느정도 광각에 속한 관계로 어쩔 수 없다. 30mm인 삼식이도 왜곡이 생긴다는 마당에 더 광각인 이 렌즈들이 왜곡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밝기 1.8인 요 렌즈들은 어느정도 배경흐림을 염두에 두고 구매하는 렌즈들이고, 적당한 거리에서 찍었을 때 피사체 주변의 배경이 적당히 흐려지는 경우 피사체가 얼마나 왜곡이 되느냐는 따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경우 28.8이 조금 더 유리하다고 하겠다.
라고 해도 배경흐림, 과초점거리, 왜곡수차, 실제로 요런 이론들을 쭈르륵 읊어놓은 사이트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그냥 눈으로 아아 하면서 이해하면서 넘어가는게 속편하다. (관심 있으시면 한번 찾아보시라.)
또한 28.8은 시그마 단렌즈 3총사중에서 가장 노란끼가 없는 렌즈라고 한다. (요 노란끼라는 것은 실제로 경험해 보지 못해서 잘 모르겠다. 음, 막눈은 모르는 노란끼인가?)

실제로 28.8은 삼식이 출시 이전 크롭바디의 표준화각 렌즈로 종종 사용했다고 한다. 두 렌즈를 비교해보자면,

1. 무게는 28.8이 500g, 삼식이가 430g. 스냅용으로 가지고 다니기에는 삼식이가 80g정도 유리하다.
2. 길이는 28.8이 82.5mm, 삼식이는 59mm. 역시 가지고 다니기에는 삼식이가 3cm 정도 유리하다.
3. 물론, 밝기 역시 F1.8 과 F1.4로 삼식이가 F0.4 만큼 유리하다. (이건 단순 수치로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조리개 F1.4라는 것은 어찌 보면 '대단한거다'.)
4. 가격은.. 신품가 기준 삼식이가 15만원 정도 비싸다.
5. 초점 맞추는 속도 및 소음 여부 역시 삼식이가 초음파 모터인 관계로 조용하고 빠르다. (28.8은.. 써보지는 않았지만 사무캅에 비교할만한 소음일 듯 하다. 지잉지잉 하는 소리가 가끔 섬뜩하니 놀란다.) 또한, 삼식이는 FTM(Full Time Manual Focusing)을 제공한다.
6. 결과물의 샤프함 역시 삼식이가 윗줄에 선다. 삼식이의 중앙부 선예도는 정평이 나 있다. 28.8의 최대 개방은 다소 소프트하다고 알려져 있다.
7. 최단 촬영거리는 삼식이가 40cm, 28.8이 20cm, 이 부분에서는 28.8이 낫다.

.. 결과적으로 4와 7번의 이유로 나머지 유리함을 버리고 28.8을 구매한 것이다.
7번이 가장 컸는데, 주로 실내에서 사용할 단렌즈이기 때문에 테이블에 앉아서 편한 자세에서 테이블 위의 물체를 찍을 수 없다면 문제가 있다.

보통 카페에 가면 커피잔을 놓을만한 위치에 놓인 컵을(응?) 찍은 사진. 약간 들이대서 찍었다. 요정도면 편안하게 찍을 수 있다. 셔속 확보 실패로 핸드블러도 보이는 듯. 생각외로, 색감도 따뜻한 느낌을 주는게 마음에 든다. 이래서 시그마가 좋아. ㅠ_ㅠ;


자기 전에 찍은 강아지 인형 사진. 이 렌즈, 왠지 이런 분위기다. 몇번이나 고쳐 찍었지만, 글쎄. 아직도 핸드블러가 있는 듯한.


예상외의 단점도 조금 있다. 어두운 곳에서 초점 못잡는 것은, 50.8보다 심한 느낌이다. (주위가 밝아도 어두운 계열의 피사체에는 죽어라 초점을 못맞춰주신다.) 이쯤 되면 바디 문제인가?
그래도 결과물은 그럭저럭 만족.

핀교정 이후 이야기는 아래 참조.
2009/08/21 - [DSLR/관련 이야기] - 시그마 AS 센터를 가다. (부제: 핀교정된 시그마 28.8)

그래도 삼식이가 가지고 싶었다. ㅠ_ㅠ;;

2009/09/01 - [DSLR/렌즈 사용기] - Sigma 28mm F1.8 EX DG Asp. Macro: 야경 빛 갈라짐 예제
2009/09/06 - [DSLR/렌즈 사용기] - Sigma 단렌즈 간단 비교 : 30mm F1.4 EX DC HSM vs 28mm F1.8 EX DG Asp. Mac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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