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 Soul vs 삼성전자 칸 (2009년 11월 22일)

|

여전히 삼성전자 칸 선수들은 기세가 떨어져 보인다. 유일하게 송병구 선수만 날카로움을 보여주고 있는게 어떻게 보면 안타까울 뿐이다. (혼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허영무 선수는 너무 생각이 많다는 것이 문제, 라는 지적이 옳을 것 같다. 밀리기 바로 전까지만 해도 기세는 허영무 선수한테 있었다. 커세어 운용도 괜찮았고, 저그를 효율적으로 흔들어주는 견제도 괜찮았다. 그렇지만 한순간에 밀려버렸다.
밀리기 직전에도 견제를 시도하고 어느정도 효과를 거뒀다. 모인 히드라를 보지 못했을까? 봤을 수도 있었다. 아니 어느정도 알고는 있었을거다. 그냥 의례적으로 이렇게 해서 이렇게 됐으니 그렇게 한거다. 연습때 상대했던 저그는(프로토스가 이긴 경기에서) 그 상황에 계속 휘둘리다가 졌을 수도 있다. 아마 그랬을거다. 그리고 그랬다면, 허영무 선수는 그냥 습관적으로 게임을 한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안일했다.
허영무 선수는 줄곧 '난 잘한다. 왜 지는지 모르겠다' 라는 태도를 보여 왔다. 그건 어떻게 보면 자신감이다. 하지만 다르게 보면 자신감이라기 보단 자신의 문제를 모르는거다. 분명히 이렇게 하면 이기는데, 지는거다. 게임은 의외성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하는거다. 항상 짜여진 스토리대로, 연습한 시나리오대로 된다면 그건 게임이 아니다. 그렇게 될거라면 왜 게임을 할까? 어떤 프로토스보다도 뛰어난 피지컬을 가지고, 송병구 선수도 인정한 재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너무 빨리 저무는 것 같아 아쉽다.

송병구 선수는 뭐 나무랄데 없는 선수. 빨리 다른 선수들이 살아나줘야 한다. 혼자 2승을 해서 팀의 승리를 견인한다면 자신에게는 명예가 되겠지만, 그만큼 소모되는거다. 또 그만의 부드러움이라던가 성격 좋은 이런 모습들이 사라진 것이 아쉽긴 하지만, 독기를 품었다는 것이 오히려 반갑다. 송병구 선수도 어떤 의미에서는 멘탈에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기도 하고.

차명환 선수. 비록 이기긴 했지만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고 하기 어려워 보인다. 컨트롤 미스, 판단 미스 이런 것들이 초반에는 다소 있었다. 후반에도 침착함을 유지하는 것이 이 선수의 특징이긴 하지만, 지는 경기에서는 그냥 무난하게 상황만 유지하다가, 혹은 무리한 선택을 반복하다가 지는 경우가 많았다. (어짜피 누구나 지는건 다 이런 코스군;) 다행히 이번 경기에서는 몰래 멀티를 성공시켰고, 그것을 기반으로 무난하게 이겼다. 물론 때맞춰 작렬한 그만의 센스 같은 것도 돋보이긴 했다.
바꿔 말하면 몰래 멀티가 없었다면 졌을 것이라는 사실. 상대방이 조금 더 꼼꼼했으면 충분히 발견할 수 있었기도 하고. 그 이전까지의 손해가 너무 심해 몰래 멀티 전까지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입장이기도 했고. 이래저래 아쉬운 경기였다.
이 선수의 장기가 수비적인 운영이라고 해도, 수비만으로 경기를 이길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수비로 이득을 보고 멀티를 연결하던, 테크를 올려서 테크로 승부를 보던 해야 한다. (어쩔 수 없는 경우도 많았지만) 수비로 계속 손해를 보다가 (이 경기도 수비에서는 솔직히 계속 손해를 봤다) 그냥 변수없이 지는 경기도 많이 해 왔다. 가위바위보도 3장의 패를 들고 하고, 격투 게임도 2지선다를 놓고 눈치를 본다. 한장의 패로 이기기는 힘들다. (슬럼프이고, 그래서 가장 잘 하는 것을 선택했을 지도 모르겠다.)
마인드나 경기력이나 이것저것 따져봤을 때 괜찮은 편이고 잘 하는 선수이긴 하지만 조금 더 기세를 올려야 한다. 어쨌든 일단 이겼잖아. 그리고, 진짜, 지금은 저그 시대라니까.

이성은 선수는 눈 수술 후유증인지 걱정될 정도다. 대 테란전이 특기이고 대 저그전에서도 강점을 보이는 선수이기는 하지만, 대 테란전에서 지는 경기를 보면 초/중반에 말리는 경우가 많다. (물론 후반에 삽질하는 경기도 있었다.) 거리재기, 각도기 싸움 등은 그냥 단순 스킬에 지나지 않는다. 통하면 조금 재미를 보는 것이지만, 적이 대비하고 있으면 소용이 없는 것이고, 어느정도 수준에 있는 상대에게 써먹기 힘들다. 뭐 요즘 잘 쓰지는 않는 것 처럼 보이지만.
이런 평가가 맞아보인다. 높은 수준의 상대와의 대 테란전에서는 명경기를 하면서 지지만, 비교적 떨어지는 수준의 상대와의 대 테란전에서는 초반 삽질, 판단 미스를 거듭하면서 진다. 결과론적으로 보자면, 이 경기의 판단 미스는 3 스타포트였다. 적이 2 스타포트에서 흔들려 경기가 기우는 시점도 아니고, 별 피해도 보지 않았고 레이스를 충분히 대비할 수 있는 시점에서 3 스타포트 결정이 결정적인 패인이 된 셈이다. 김동건 선수는 다수 레이스를 확인했으니 골리앗만 쭉 뽑아주면 그만이다. 스캔을 계속 유지할 수 없는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레이스의 클로킹 에너지도 무한은 아니다. 그런데도 거기다가 앞마당 앞에 터렛의 센스까지. 이성은 선수는 왜 이런 무리한 판단을 해야 했을까?
경기 전의 표정, 경기 후의 표정 등으로 봤을 때 '자신은 절대 지지 않는다' 라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같은 팀이였고, 정말 토할 정도로 같이 연습을 했을(것으로 보이는) 상대니까. 자신감은 항상 좋다. 그렇지만 무리한 판단과 섞이게 되면 나쁜 선택이 된다. 자만심까지는 아니였더라도 그게 계속 이성은 선수의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닐까. 경기뒤에 케잌을 보면서 좀 씁쓸했겠지. 제발, 상대하는 모든 테란 선수들을 이영호 선수라고 생각하고 플레이 했으면 좋겠다. 그정도의 경기력이라면, 지더라도 욕하지 않을거다. 정말.

다음 경기에는 (다행히 기세가 떨어지고 있는 하이트다) 3대 1 혹은 3대 0으로 이겼으면 좋겠다. 좀 살아나자. 응?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