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 엠퍼러 (화풍객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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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난한 요즘 환타지. 동양식 환타지(이라고 해도 무협 + 환술의 일종)에서 차원이동과 유사한 방식으로 넘어온 주인공이 활개치는 식. 초반에는 괜찮은 편이였고, 후반에 갈수록 힘이 떨어지긴 하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모든 면에서 초반에 훨씬 괜찮았다.)



저 육중한 갑옷이 연상되는 캐릭터는.. 글쎄 없다 싶은데.


우여곡절끝에 다른 세계로 넘어온 주인공. 친절한 그 세계의 왕자는 염색을 시켜주고 말도 가르쳐주고 성공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해준다. (이 왕자 캐릭터는 그냥 친절한 주인공 주변인물 정도의 느낌. 능력도 없고, 느낌도 없고, 그냥 주인공의 능력에 기대 떡밥을 열심히 받아먹는다.)

그리고 능력을 인정받아 군대와 영지를 받는다는 설정. 원래 세계로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는 주인공은 받은 군대를 최고의 정예병으로 키운다. 그리고 거기에 관련된 전쟁, 능력자들의 싸움, 그리고 대륙 정세의 변화 등이 주된 줄거리. 주인공과 대립하는 인물들의 서술도 그럭저럭 볼만한 편. 그렇지만 이것으로 위태롭겠다, 라는 느낌이 드는 것은 초반이 전부. 중반 이후에는, 군대로는 어짜피 최강이기 때문에 비슷한 수준의 능력자와 싸움을 붙인다는 느낌도 살짝 들었다. 전체적으로 정치적인 논리라기 보다는 인물들간의 이해관계로 정세가 움직이는 상황도 다소 어색하긴 하다. (이 부분은 신흥 국가적인 냄새를 풍기는 각 나라의 성격으로 어느정도 이해가 된다. 어느정도까지는.)
중간에 등장하는, 주인공을 가르치는 초고수의 경우 (등장과 그 성격, 인물에 대한 서술의 시점, 등에서) 뜬금없다는 느낌도 있었고. 여러가지 장치로 주인공을 제외한 각 인물들을 살려보려고 하지만 어짜피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에 영향을 줄만한 인물들이 아닌 바에야, 별 도움이 되지 않았던듯. (대립각을 세우는 몇몇 인물들은 다소 임펙트가 있는 편이지만.) 죽은 인물들은 아니되 그다지 다가오는 것은 없는 편. 주인공의 수하를 만드는 과정도 초반에는 괜찮았으나, 후반에는 평이한 편.

초반 군대를 육성하는 과정은 괜찮았으나, 후반에는 너무 반복된다는 느낌이 강해져서 재미가 반감되는 감이 있다. 주된 장치 중 하나인 대규모 전투 역시 초반에는 (살짝) 그럴싸 했으나, 마지막의 운명을 결정짓는(문맥상으로는 그래야 하지만, 전혀 긴장감과 기대감 없이 흘러가는) 총 20만 이상이 격돌하는 거대한 전투는 많이 허술했다.
전략에 관해서도 그렇다. 전략가라는 사람들이 등장하지만, 실제 전투에서 '전략을 쓰는' 부분에 있어서도 주인공 쪽이 우위로 보인다. (처음 맞닥트렸을때 전략이 어쩌고 자신이 부족하니 어쩌고 하면서 고민을 하는 척 하기는 한다.) 전투야 전력에서 우월한 주인공쪽이 이기는 것이 맞다고 하더라도, 이른바 지장이라는 캐릭터가 그만한 (전략적인 면에서) 포스를 내뿜지 못하는 것은 문제로 보인다.

이세계의 문명(능력, 마법, 기술 등에서)이 무조건 본 세계보다는 낫다는 것이 차원이동물의 주된 무기이고, 주로 그 우월함을 무기로 세상을 지배(실질적 지배가 아니더라도 주된 흐름을 좌지우지 할 수 있을 정도가 된다.)하게 된다. 그 사상이 이 소설을 전체적으로 관통하고 있다. 이 것이 '낫다' 보다는 '다르다', 그리고 다름의 잇점을 살리고 융합을 통해서 좀 더 높은 가치를 추구하는 식으로 발전했으면 하는 바램도 있다. 전투중에 술(術, 정확히 단어가 이것이였는지는 모르겠다)을 이용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 다름의 잇점을 살린다는 부분이 다소(말 그대로 다소, 어떻게 보면 극히 일부분이다.) 반영이 되어 있긴 하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낫다, 우월하다가 무기가 된다.

전체적으로, 보편적으로 '잘 쓰여진'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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