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군주 1~3권 (발렌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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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무난한 진행. 근래 나오는 장르 소설의 전형에 맞춰 잘 썼다. (2권까지 굴곡없이 평이하게 진행되는 모습은 앞으로도 쭉 그렇게 진행될 것만 같다.)
그냥 이계 환생물이다, 하고 생각하고 보면 편하다. 무조건 주인공만 치켜세우는 조연들만 있는 것도 아니라 큰 거부감은 없다. (나중에는 '주인공 오오오' 할 것 같긴 하다. 전체적인 흐름은 주인공 중심인데다, 그런 기미도 보인다.) 책은 상당히 고급스럽게 제본되어 있고, 안에 포함된 일러스트 역시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꽤 유명한 일러스터가 그렸다 싶다. (인물 역시 누군지는 모르겠다.)



계속 까만 구름만 넣는 것 같아서 파란 구름도 한번 넣어봤다.


주인공은 동 세계 동 시대로 환생, 아니 그냥 전이되다시피 다른 삶을 얻는다. 그렇지만 행동은 꼭 다른 세상에서 온 것 같이 행동한다. (그래서 이계 환생물이라고 생각하며 보면 그다지 거부감이 없다.)
사상도 진보되어 있고, 전혀 다른 사회 시스템을 꿈꾼다. (나중에는 공화정 내지는 민주주의 정도로 갈 것 같은 분위기다) 고작 배우지 못한 평민 입장에서 죽음과 동시에 다른 삶을 얻은 것 뿐인데 의식은 거의 학자 수준이다. 신분은 상승하였으되 안주하지 않고 평민들을 위해 힘을 쏟는다. (너무나도 이상적인 모습이다. 인간미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그래서인지 유난히 평민 시절의 친구들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다지 내용상 비중도 없고, 중간중간 에피소드로 들어가 있을 뿐이다. 와닿는 내용들은 아니다. (주인공이 진행하는 사업, 추구하는 방향도 근대적 내용에 근접해 있다. 주인공이 제시한 것은 아니지만, 경품 시스템을 제시하고 거기에 감탄하는 일련의 스토리는 개그에 가깝다)
주인공이 '여자로 착각할 정도의 미모'라는 것은 그냥 서술로만 나올 뿐이다. 가끔 읽는 사람들이 까먹었을까봐 한번씩 되짚어준다. 이렇다고. (이런 설정이 어디에 유효한지 모르겠다. 주인공표 할렘을 만드는데 유용하게 쓰는 것은 봤지만. 뭐 나중에 그렇게 될지도 모르겠다.. 고 해도 아직까진 비중있는 여조연은 나오지 않는다. 주인공 동생 빼고는.)

절벽에서 기연을 얻는 과정은 무협지나 다름 없다. 잃어버릴 뻔한 고대 유적(이라고 해도 될듯)을 찾는 것은, 또 그때 찾지 못했으면 유실될 수 있는 내용은 억지스러운 면이 있지만 그냥 설정이라고 받아들일만 하다. 이후 조금씩 그 유산을 찾게 되는 과정도 뭐 그럭저럭 긍정. 유산을 남긴 쪽은 별로 긍정하고 싶진 않다. 무협지 세계의 고수들이야 그 유산을 절벽에 남길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겠지만, 판타지 세계의 높은 존재들이 꼭 그랬어야 했을까? (납득할만한 이유는 설정으로 해결된다. 이건 참 편하다.)
그렇게 얻은 능력을 잘 숨기다가 2권 마지막에 다 보여주고 끝낸다. 물론 가족을 끔찍하게 생각한다는 설정, 이런 것이 뒷받침이 되어 있었으니까. 뭐 그 모습이 이제까지 보여줬던 주인공의 모습과 얼마나 연관성이 있느냐 하면 잘 모르겠다. 갑자기 다혈질스런 모습이 됐다고 할까? (그런 판단이나 행동을 뒷받침해주는 심리 묘사, 이런것도 전혀 없다.) 아 그러니까 그랬구나, 하고 추측하고 수긍하며 읽는 수 밖에.

이야기가 참 평이하게 물 흐르듯이 진행되는구나, 하고 느껴지게 하는 것은 갈등 구조다. 안타깝게도 2권까지의 내용중에서 주인공을 힘들게 할 정도의 갈등구조가 나타나지 않았다. 거기에는 주변 인물의 탓도 있다. 주인공과 대립각을 세울만한 그런 인물들도 보이지 않는다. 주변 인물들도 그냥 주인공이 '나 한번만 믿어주면 안되겠느냐' 라고 하면 그냥 수긍하고 만다. (고집을 부리기는 하지만 수긍할 것이 눈에 보인다.) 전체적으로 주인공이 원하는 방향, 하고 싶은 방향으로 흘러간다.
무려 '그랜드(가 아니라 그레이트 던가) 소드 마스터'를 눈앞에 두고 있다는 인물도 그냥 찬바람을 휘휘 날리면서 주인공의 수족이 될 것 같은 분위기다. 주인공 주변인물이 (캐릭터가) 약했던지 어디서 고양이 한마리가 생뚱맞게 나타나서 한 자리를 차지한다. (이놈과 맛스타를 붙여놓으면 이야기가 재미있을 것 같았나보다.) 이후 나머지 인물들은 그냥 '기사1', '집사1' 이 정도가 되어버린다. (뭐 나중에는 그렇게 될 것 같았지만.)

정리하면, 흔한 요즘 판타지 중 하나. 큰 거부감은 없는 정도다.

덧) 3권은 위에 서술한 단점들이 더 잘 드러난다. 여전히 고양이는 쥐뿔도 없는 주제에 틱틱거리고, (이제 고양이의 주변 인물까지 나와서 한자리 해 주신다.) 소드 맛스타와 열심히 쿵짝거려 주신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고양이, 그리고 그 관련 내용들은 전체 흐름에서 너무 튄다.) 3권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내용은 수표. 뭐 글쎄. (이건 정말정말 생뚱맞은거 아닌가 싶다. 그냥 이계 환생물로 만들지 그랬어? 응? 응?) 3권은 조금 기대헀는데(게다가 어렵게 빌렸는데!), 4권부터는 기대 안해도 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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