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키퍼 1~2권 (임진운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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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발견한 장르판 속의 진주랄까. 그나마 단점이 별로 없는 글. 환타지 소설이라기 보다는 (일본) 능력자물 같은 느낌이 든다. 파워 인플레가 심한 편이고, 기존의 검사라던가 마법사라든가의 부류가 신종 무력 세력(기존의 정령술사의 변형인듯)인 바이올렛이라는 부류에 범접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단점이자 위험한 사상. 1권의 사건 구성은 자연스러운 편이나 2권의 사건 구성은 어쩐지 1권의 그것과 매우 닮아 있다. (그런데 도대체 왜 제목은 하우스 키퍼일까? 가사 도우미 이야기도 아니고.)



사진은... 못찍었지만;

바이올렛이라는 부류는 신선하다기 보다는 각종 소설에 등장하는 마법적인 능력자(마법사가 아닌, 정령력에 의한) 쪽에 가깝다. 게다가 혈통에 의해 이어지는 방식. (중세때 고귀한 혈통을 의미했던 보라색과 묘하게 매치가 된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바이올렛이라는 능력자들은 다른 평범한 혈통의 사람들과 완전한 괴리를 가지게 된다. (2권까지의 내용중에서) 평범한 사람들은 평생 아무리 노력해봐야 바이올렛의 혈통을 타고 난 자들을 이길 수 없다. 이 사상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편. (아무리 머리좋고 똑똑하고 신체적 능력이 좋아봐야 혈통 좋은놈이 장땡인거다.) 게다가 서열을 설정하고 줄세우기를 하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이련면은 그닥 마음에 안든다.)

책의 소개에도 '일족을 지킨다' 라고 되어 있지만 뭘 구하고 지켜야 하는지 감이 잘 오지 않는 줄거리. 주인공의 형은 막연히 아군처럼 보이고 주인공의 백부(던가 숙부던가)는 막연히 적처럼 보인다. 2권까지의 내용이라면 단순히 능력의 차이 때문에 쫓겨나고 죽을 위험에 처해 있는 주인공의 이야기일 뿐인데, 그가 가진 특이한 능력 때문에 그것을 지키는 것이 일족을 지키는 것이라면 글쎄. 바이올렛이라는 능력에 대적할만한 대립각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이상, 어디에 지킬 것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전국을 돌면서 초대 황제가 개국공신들에게 하사했던 특별한 아티펙트를 모으는 과정이 주된 줄거리이긴 하고, 오래 전 있었던 정마대전(대개 신마대전 혹은 성마대전 요런걸 그리는데 무려 정령과 악마가 대립한다는 내용이다. 묘한 느낌이랄까) 이야기의 떡밥, 문명속에 갇혀서 능력의 개발이 더딘 다른 바이올렛들의 이야기 등이 있긴 하지만 그저 떡밥일 뿐. 주인공은 단지 쫓겨다니는 것이 아니라 방향성을 가지고 움직이는 듯이 보이는데, 그 방향성 자체가 작게는 아티펙트를 모으는 것이라고 인지가 되면서도 크게는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희미하다. (확신없이 그저 막연한 생각으로 아티펙트를 다 모으는 것이 형에게 도움이 될거라는 그런 것 뿐이라면, 그저 웃지요.)

동문수학 했다고는 하지만 신분의 차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매사 뾰족한 주인공의 떨거지가 좀 튀는 편. (설정이 있긴 하지만 너무 건방진 편. 과거 회상씬을 봐도 별로 공감가지 않는다. 그냥 설정으로 '건방진' 느낌. 또, 주인공이 스승에게 도대체 뭘 배웠는지는 모르겠다. 그저 교양 정도일까?)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나 묘사 등은 그럭저럭 납득할 만한 수준. 매 에피소드에서 주인공은 초대 황제의 아티펙트를 노리고 접근하지만 그저 도와주는 양 행세하다가 아티펙트를 넘겨받고 다음 에피소드로 향한다. (어떻게 보면 꽤 똑똑한 악당?) 1권과 2권의 에피소드의 마무리 장면은 (물론 차이가 좀 있긴 하지만) 반복된다는 느낌을 준다. 3권을 보지는 않았지만 이런 느낌을 탈피하고자 새로운 주요 인물을 설정하고 관계를 설명하는 부분은 조금 긍정적이라고 보이고. (학원물로 변형될 것 같은 느낌은 조금 불안하고.)

문장이나 사건 구성, 캐릭터 설정, 이야기의 전개 부분에서 꽤 괜찮은 글. (마지막 권이 2008년 3월에 나왔다는 것은 불안한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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