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매니저,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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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가 제작, 엔트리브 수입, 게임트리 유통(맞나?)의 프로야구 구단 운영 게임. 최근 올라가고 있는 국내 프로야구의 인기를 업고 호황을 누리고 있다. (아직까지는.)
요즘 이 게임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기만 하다. 내가 왈가 왈부할 문제는 아니지만, 대략 느껴본 부분만 정리하자.


1. 소개

최초 구단을 생성하게 되면 40명(아마 맞을 것이다)으로 구성되어 있는 기본 팩을 받는다.

그리고 유저는 접속할 때마다, 하루에 한번 만들어져 있는 가상 구단과 연습 경기를 승리할 때마다, 스케줄로 돌아가는 페넌트레이스 혹은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하거나 패배할 때마다, 도전 과제를 클리어 할 때마다, 혹은 이벤트로 PT 라는 것을 받는다. 이 PT로는 주로 선수 카드를 구매하게 된다. (작전 카드, 스킬 블록, 서포트 카드 등 부가 능력을 하는 카드들도 있고, 그것들을 구매할 수도 있다.)

연습 경기에서 이겼다!

자, 카드를 한장 사 볼까?


유저가 게임에 관여해서 주로 하는 일은 라인업을 관리하는 것. 프로야구 매니저의 타격은 앞 타선 혹은 뒷 타선과 상성을 따져 그래프로 환산해 보여준다. 이 상성을 따지는 것은 약간 생뚱맞은데, 나이, 혈액형, 출신 구단, 스킬블록 모양, 등등이 관여한다. (별로 야구스럽지 않은 점이다) 투수의 상성 그래프는 포수와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은 요소로 따지게 된다. 앞뒤 타선을 다 따져야 하는 타자와는 달리 투수의 경우에는 이런 상성 그래프를 판단하기 좋은 편이다.

타선 그래프. 위로 올라갈수록 좋은 궁합을 의미한다는 것 같다;

배터리 그래프. 역시 위로 올라갈 수록 좋은 상태겠지?


라인업을 구성한 이후에는 그다지 할 것이 없다. 연습경기를 하거나, 과제를 해결하거나 하는 것은 게임에 반드시 필요한 행동은 아니다. 꺼놓고, 혹은 트레이 아이콘으로 넣어놨다가 생각날때 경기 결과를 확인한다. 선수가 부진하면 라인업을 조정해도 된다. 10개의 구단으로 이루어진 리그는 일요일부터 금요일까지 6일동안 108 경기의 페넌트레이스를 치루고, 토요일에 플레이오프를 진행한다. 일요일에는 플레이오프 결과에 따라 승격하거나 강등당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리그 수준은 루키, 마이너, 메이저, 월드로 이루어져 있다.

상위 4개 팀은 상위리그가 있을 경우 승격하고, 하위 4개 팀은 하위리그가 있을 경우 강등된다. 가만히 있다가 중간만 가는게 일단 목표. (응?)



2. 장점

익히 아는 선수들이 나온다. 유저들은 좋아하는 선수의 과거 화려했던 순간을 회상하면서(아, 닭살이 돋기 시작한다;;) 게임을 지켜볼 수 있고, 라인업을 구성할 수 있다.
선수 카드를 뽑는 것은 마약에 가깝다. 좋은 능력치의 선수를 뽑는 것은 대략 3~4%의 확률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많은 PT를 들여 수도 없이 선수 카드를 질러댄다. 이름만 대도 아는, 거기다가 능력치도 좋은 선수가 나온다면 그 희열은 대단하다. (거기다가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라면 금상첨화겠지.)
조건이 허락한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구단의 선수들로만 라인업을 구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모모 구단의 꿈의 드림팀을 만들어서 월드 리그 제패를 노리는 것도 꿈이 아니다. 현실에서 한동안 우승권과 거리가 멀었던 구단도 우승을 해볼 수 있다. 대리만족이 가능한 부분이다.

삼숑 나와라! 6성 나와라! 하지만 현실은 이럴 뿐이다.


게임을 라이트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장점이다. 연구하고, 분석하고, 좀 더 나은 방안을 찾다 보면 시간을 들이게 마련이지만 그것이 게임을 플레이 하는데 필수는 아니다. 시간을 들이면 더 좋은 운영을 할 수 있다는 설이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분명하지 않은 것 같다. 라인업 구성하고 선수들 컨디션 관리만 해준다면 게임 운영에는 지장이 없는 수준이다. 광고 문구에서처럼 하루 10분이면 해결된다는 이야기는 솔직히 거짓말에 가깝고. 잘 봐줘서 30분 정도면 충분하리라.

대략 플레이 할만큼 맞추는데는 대략 30분 정도면 충분하다고 본다.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매니저라는 게임 요소가, 그것도 야구의 분야에서는 거의 최초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점도 분명 장점에 속한다. 온라인 형태기 때문에 사람들과 경쟁하고, 타선을 고민하고, 작전 카드를 구매한다.
선수의 육성도 가능하다. 선수의 능력치는 유학이라는 기능을 통해 한번 성장시킬 수 있다. 유학은 6일 혹은 12일을 보낼 수 있고, 25세 이하 혹은 35세 이상의 선수들만 높은 PT를 들여서 보내야 하기 때문에 잘 선택해야 하는 부분이다. 스킬 블럭이라는 기능을 통해 성장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선수가 경기를 뛰면 스킬 칸이 확장되고, 이 스킬 칸에 스킬 블럭이라는 것을 끼워넣어 능력을 올릴 수 있다.

유학이다! 그렇지만 비싸다 ㅠ_ㅠ;


초창기의 OOTP 같은 시뮬레이션 게임처럼, 단지 결과만 텍스트로 보여주는 수준이 아니라 제대로 된 3D 그래픽으로 경기 내용을 볼 수 있다. (어찌 보면 당연한거다. 요즘 세상에 제대로 된 그래픽으로 보여주지 않는 시뮬레이션을, 그것도 온라인 게임으로 성공시키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에 가깝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꽤 신경을 쓴 것을 알 수 있다. 타자마다 제각기 폼이 틀리고, 투수들도 고유의 투구폼들을 가지고 있다. 두산의 포수였던 모 선수는 머리를 염색하고 나오고, 삼성의 마무리였다가 일본으로 간 모 선수는 장발로 나온다. 백인 용병은 하얗게, 흑인 용병은 까맣게 나온다. 슬라이딩으로 호수비를 얻기도 하고, 폭투로 빠지는 공을 잡으러 포수가 뛰어나간다.
연습 경기는 항상 끝까지 틀어놓고 있어야 한다. 풀 리플레이에서도 모든 타석, 모든 투구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삼진, 타격, 도루등의 경기 양상이 달라지는 부분만 나온다. 페넌트 레이스의 리플레이는 여러가지 모드를 제공해 간결하게 볼 수 있게 해준다. 하이라이트만 볼 수 있고, 풀로 관람할 수도 있다. 2배속으로 돌려볼 수도 있다.

큰거 한방! 이 아니라.. 그냥 빨리 끝내자. 다음 게임 해야되거든? 응?



3. 단점

좋은 카드가 나올 확률이 적은 편이다. 보통 선수의 등급을 카드에 그려져 있는 별 모양의 코스트 라는 단위로 환산하는데, 10 가지의 코스트 등급이 있다. 현재 코스트 7짜리 선수가 최고 등급인데, 코스트 6의 선수가 나올 확률은 이제까지 유저들이 모은 데이터로 봤을 때 대략 3~4% 되는 것으로 보인다. 25장의 선수카드를 오픈해서 1장이 나오면 성공이라는 것이다. 하루 18경기에서 대략 6만 PT를 번다고 치면, 5일 선수카드를 오픈해서 한장 정도 카드를 획득할 수 있는 확률인 셈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유저들은 캐시를 구매한다. 캐시를 구매하면 보너스로 PT를 주고, 이 PT로 선수 카드를 구매하는 것이다. 그렇게 좋은 카드를 확보하게 되더라도 선수 재계약의 명목으로 1달에 한번, PT를 다시 다량으로 소모해야 한다. 현행 유지를 위해서다.
추가로, 난 특정 구단의 팬이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구단의 선수들을 주축으로 게임을 할 수가 없다. 선수 카드 부스터는 전 구단 공통으로 구매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분명 게임의 흥미를 상당히 떨어트리는 부분이다.

이제까지 먹은 카드들 중에서 단연 최고인 카드. 하지만 이것 뿐이다. 나머지 30여명은??


하지만 이것을 제쳐두고 가장 큰 단점으로 뽑을 수 있는 것은, '유저가 느끼는 랜덤성'이 너무 강하다는 것이다.
일례로 타자가 볼을 맞추는 능력인 '교타'라는 능력치가 있다. 이것이 65인 선수와 80인 선수가 있다고 하면, 그래프와 컨디션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고 표본이 충분하다고 할때 일반적인 통계에서 교타 80인 선수는 65인 선수보다는 타율이 좋아야 한다. 그렇지만 이 게임은 그렇지 못하다. 아니, 못한 경우가 많다. 랜덤성이 강하다는 것과 이어지는 이야기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수치들이 강력하게 작용한다. 일례로, 구단 전체의 분위기같은 것이 있는 느낌도 든다. 하루는 이유없이 8연패를 포함 3승 15패를 한 날이 있었다. 선수 컨디션들은 정상이였고, 그래프도 다 평균 이상을 올려놨었다. 이유가 없다. 타선은 침묵했고 투수들은 올라가는 족족 얻어맞았다.
눈에 보이는 정보들로만 판단했을 때 이정도의 성적은 분명히 내줘야 한다는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이러다보니 좋은 선수 카드를 뽑는 것이 그다지 의미가 없어지기 시작한다. 물론 자기 만족이 된다. 그렇지만 그것이 곧 리그의 우승 혹은 좋은 성적이 될 것인가는 장담할 수 없다. 안좋은 결과가 반복될 때 도움말을 얻을 수 있는 시스템도 없다. (이를테면 많은 스포츠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사용하고 있는 코치의 조언 시스템이라던가) 유저가 할 수 있는 행동은 엔트리를 바꿔보는 것 뿐. 그러다가 그냥 나락으로 곤두박칠 뿐이다.

메이저 리그에서의 혈투. 순식간에 천국에서 지옥으로, 다시 천국으로 올라가는 짜릿한 느낌. 5일째 저 비참한 그래프가 3승 15패의 결과물이다.

지난 시즌 선수 A는 시즌 초반에 1할을 겨우 유지하다가, 마지막에 2할에 근접했지만 넘지 못했다. 보라색 컨디션이 많아서 타수는 많지 않다.

이번 시즌 선수 A는 2할 5푼을 쳤다. 타선 궁합도, 평균 컨디션도 전 시즌과 거의 비슷했다.



모호한 표현도 있다. 선수의 컨디션이 어느날 최악의 상황으로 변한다. 이 선수를 라인업에서 제외하고 컨디션이 회복되기를 기다리지만 시즌내내 회복되지 않는다. 어느날 이런 선수를 보면서 짐작이 가는 부분이 있었다. 어느 시뮬레이션 게임이나 존재하는 부상의 개념 말이다. 이 선수는 실제 상황으로 이야기하면 '부상이 너무 심해 시즌 오프한 것'이다. 문제는 이것을 컨디션이라는 아이콘 하나로 판단해야 한다. 이 선수가 부상을 당했다. 얼마나 쉬어야 하고 언제 다시 라인업에 올릴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더군다나, 이 선수를 라인업에 올릴 수 있는 행동 자체도 혼동스럽다. 그래프 최저인 상황이 과연 부상이 맞을까?

시즌 초반부터 지금껏 컨디션이 돌아와주지 않는 선수 #1

시즌 초반부터 지금껏 컨디션이 돌아와주지 않는 선수 #2


온라인 게임이면 상호작용이 중요하다. 하지만 다른 사람과 같이 플레이한다고 느끼는 순간은 채팅창에 글이 올라오는 경우 뿐이다. 혹은 페넌트레이스에서 작전 카드가 쓰여진 것을 보는 순간 뿐이다. 플레이어간 연습게임도, 카드의 트레이드도 (아직) 없다. 유저들이 요구하는 시스템들은 많은데 피드백은 느리다. 이쯤 되면, 과연 어디까지 수입을 했고 어디까지 수정 가능한지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한다. (스스로 추가 개발 능력이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아, 나혼자 하는 패키지 게임이 아니구나, 하고 느끼게 해주는 유일한 창구, 채팅창. (월드 리그의 사무실을 배경으로)



4. 결론

가장 중요하고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이, '완전 운빨게임이다' 라는 오명을 벗는 일이다.

랜덤성이 강한 것. 그리고 보이지 않는 수치가 강하게 작용한다는 점. 통계 수치를 정밀하게 확인할 수 없다는 점. 등이 이 게임을 시뮬레이션이지만 정교하지 않다고 느끼게 한다. 내가 분석하고 연구해서 상황을 좋게 만드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느껴지기 시작하면 흥미가 떨어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게임의 결과가 실제 야구 게임에서 차용한 요소가 아닌 어떤 다른 요소에 의해 좌우된다면 어처구니가 없을 따름이다. (이미 타선 그래프나 투수 그래프는 실제의 야구 요소와는 전혀 별개라고 본다. 이것이 흥미를 저하시키는 요인도 있다.)
게임의 엔진은 좀 더 시뮬레이션 답게 수정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유저가 보고 판단할 수 있는 데이터와 자료로 게임이 진행되어야 하고, 그 이외의 요소들은 최소한으로 작용하거나 최소한 유추가 가능해야 한다. 결과를 다각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통계도 세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편이 낫다. (통계 분석을 위해서라면, 선수들 통계를 원하는 기간으로 볼 수 있는 기능이 필요하다. 현재는 리그 한정으로 볼 수 밖에 없다.) 그러니까, 실제 야구 구단에서 스카우트들이 하는 자료 분석을 유저가 할 수 있게 해 줄 수준이 되어야 한다. 어떤 선수는 몸쪽 공이 약하고 어떤 선수는 높은 공에 강한식으로, 기본적인 투수와 타자와의 상성관계를 파악하는게 이 게임에서는 불가능에 가깝다.

유일하게 데이터 분석이란 것을 해볼 수 있는 메뉴. 한정된 데이터만 제공되고, 이번 시즌에 해당하는 데이터만 제공된다.


한마디로 '게임이 모호하다'는 인상을 주지 않는 편이 낫다. 최소한 이것이 시뮬레이션 게임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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