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전자렌지를 사야 할때쯤, 집사람이 광파오븐을 사자고 했다. 그런거 사봐야 별거 요리해먹을일 없을것 같다고 하려다가, 뭐 없는것보다 있는게 낫지 않을까 싶어서 그냥 샀다. 크게 부담되는 가격도 아니고.
그런데 이걸 내가 이렇게 써먹고 있을 줄이야. (...)
어쨌든 이것은 파운드 케이크 레시피다. 오븐에서 굽고, 도깨비 방망이나 핸드믹서, 푸드프로세서같이 중-고속으로 믹스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없으면 다른 레시피를 찾으시면 된다.
빵틀은 예전에 이런 것을 구매했었다. 보통 쇼핑몰에서 옥수수식빵 팬 등으로 파는 215 x 95 x 95mm 짜리 작은 거다.
싸게 사서 그럭저럭 잘 써먹고 있다.
바닥에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은 식빵 용이기 때문이다. (사실 식빵 만드려고 샀었다. 근데... ...) 원래 정석대로 파운드 반죽을 하면 저 구멍으로 샐 일도 없는데, 이건 정석대로 하는 파운드 반죽이 아니라 구멍으로 줄줄 샌다. (...)
아래 레시피는 위 팬에 적당한 분량이다. 다른 틀을 가지고 작업하려면 적당히 분량을 조절하자.
가루류 : 밀가루(박력분) 210g, 설탕 120g, 소금 1ts, 베이킹파우더 2ts, 계피가루 2ts
유지 : 버터 60g, 계란 3개
액체 : 우유 150g(ml), 레몬즙(식초) 1TS, 바닐라 익스트랙 1방울
견과류 : 필요시
* ts는 티스푼, TS는 테이블 스푼
* 계피가루와 바닐라, 레몬즙은 굳이 없다면 제외해도 됨
일단 가루류는 보울에 함께 담아놓는다.
계량된건 곧바로 쏟아버리자.
계피가루는 왜 들어가나요, 라고 물어보면 그냥 맛있어서. 사실 계피는 집에서 뒹굴거리길래 넣어본거다. (예전에 카레 만든다고 삽질할때 사놨었음) 저정도 넣게 되면 계피 향은 그다지 강하지는 않으면서 색다른 맛이 난다. 계피 넣었다고 말 안하면 모를 정도로.
우유는 대략 40, 50도(전자렌지에서 30초~1분 정도 돌리면 적당하다) 에서 레몬즙 (식초로 대체 가능하다) 1TS를 넣고 잘 섞은 후 대략 10-20분 정도 실온에 둔다. 단백질이 분리되는 것이 보이면 써도 된다. 아니라면 레몬즙을 2ts 정도 더 넣고 10분 정도 더 둔다. (이렇게 분리된 우유는 일반적인 레시피의 버터밀크와 흡사하게 쓸 수 있다더라.)
가루같이 숟가락에 묻어있는게 단백질이 분리된 거다.
버터는 1시간 정도 실온에 두고 말랑말랑해질때까지 녹여준다. (전자렌지에 돌려도 되나 어지간해서는 하지 않는다. 녹는게 좀 그렇더라구.) 충분히 풀어져야 섞을때 편하다.
여기까지 준비됐으면, 이제 가루가 든 보울에 계란과 버터를 투입한다.
버터가 딱딱해 보이지?
그리고 1차로 숟가락으로 벅벅 섞어준다. 얼추 섞이면 이런 모양이 된다.
군데군데 버터가 덩어리진 것이 보인다. 이거 푸는게 좀 귀찮다. 버터는 미리미리 말랑말랑하게 녹여서 쓰자.
여기까지 섞어줬으면, 이제 핸드 믹서를 투입한다.
짜잔, 남자라면 핑크! 핑크색의 핸드믹서가 출현했다!
첫번째 스테이지. 메뉴얼 대로 하자면, 저속으로 균일하게 섞일때까지 돌린다. 다 섞인 것 같으면 중속으로 바꿔 2-3분정도를 더 돌린다. 충분히 섞어주는게 중요하다고 함.
자, 이제 액체를 투입할 차례지만, 몸에 좋다는 견과류를 투입해 보기로 한다. 요즘 이런게 유행이더라구. 사무실 기혼자의 절반 이상이 매일 한봉지씩 들고 온다는.. (두둥)
개인적으로 해바라기씨는 별로;
대략 3봉지에서 4봉지(60-80g)를 믹서에 대충 갈아서 넣는다.
이건 마트에 갔다가 넣으면 괜찮을 것 같아서 사왔는데, 대략 10-20g 정도 넣으니까 알맞는듯.
이런 것들을 액체류와 함께 투입한다.
견과류 등은 첫번째 믹스할때 같이 넣고 믹스해도 상관 없을듯 하다.
두번째 믹싱 스테이지. 메뉴얼 대로라면 액체는 두번에 나눠서 넣고, 몇초 정도씩 짧게 믹스하도록 되어 있다. 믹스한 후에 볼 옆을 자주 긁어서 섞어주라고 되어 있네. 그냥 귀찮으니 다 때려 넣고, 주걱 등으로 퍼서 가르는 식으로 액체가 잘 들어가게 섞어준 다음에 고속으로 믹스해서 끝.
대략 이런 비주얼이 나온다.
이제 팬에 옮겨 담고, 나처럼 구멍 있는 팬을 쓴다면 꼭 구멍은 막고 넣도록 하자.
굽는 것은 오븐마다 강도가 틀리다고 하는데, 우리집 오븐(구형 LG 광파오븐)에서는 바닥을 2번째 칸으로 옮겨서 190도로 35분정도 구워주면 충분하다.
15분-17분쯤 되면 꺼내서 칼로 배를 갈라준다. 비주얼따윈 개나 주라고 생각하면 안해도 됨.
그리하여 20분여를 더 기다리면..
오, 오른쪽이 터졌어!
요게 오리지날 파운드처럼 진득진득한 반죽이 아니고 수분이 많은 반죽이라 이렇게 종종 터져서 흐른 자국이 보인다. 그렇다고 맛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니..
이제 마구 먹어주면 되시겠다. (마.. 마시쩡!) 아참, 이 녀석이 우유먹는 하마라, 우유는 충분히 구비해두시라.
Q: 자꾸 정석대로 하는 파운드 반죽이 아니라고 하는데 정석은 뭔가요?
A: 파운드 케이크는 원래 밀가루, 설탕, 버터, 계란을 같은 비율로 넣고 만든 제품입니다. 주로 버터법을 사용해 반죽합니다. 이건 버터와 설탕을 빼고 우유를 넣은, 변종 파운드 케이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참고 사이트 :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524883&cid=294&categoryId=295
Q: 재료를 섞을때 메뉴얼대로, 라는 말이 있는데 무슨 메뉴얼을 말하는 것인가요?
A: 케이크 반죽법 중 투스테이지법(two-stage-method)를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버터가 적게 들어가고 액체류가 많은 반죽을 만들때 사용합니다.
혹은 다음 URL에서 설명하고 있는 블렌딩법과 유사합니다.
참고 사이트 :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524856&cid=294&categoryId=295
Q: 왜 저버터인가요?
A: 버터가 비싸서요. (...) 노버터를 하려고 했으나 파운드 케이크에 버터가 들어가지 않으면 너무 사이비 같더라구요.
참. 견과류 중 해바라기씨가 들어가게 되면 그 주위가 초록색으로 염색한 것 처럼 튀어 보이는데, 먹는데는 이상 없는듯 하더라. 왜 그렇게 되는지는 아직도 미스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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