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 삼성전자 칸, 저그 라인은 살아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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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의 저그 주전인 차명환 선수는 가끔 놀라운 경기를 해 주는 선수다. 혼자서 08-09 시즌동안 팀의 저그라인을 혼자 떠받쳤고, 나름의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그의 백업인 유준희 선수는 기대보다는 좋은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결정적일 때 많은 실패를 했고 그의 게임에서는 뭔가 절박함 같은 것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냥 말랑말랑한 느낌. 칸의 게임을 볼때 마다 유준희 선수가 나오면 많이 불안한 면이 있었다. (물론 현재 시점에서 칸의 약점이라면 저그라인 보다는 테란라인이다. 저그 라인이야 차명환 선수 혼자만으로 어느정도 성과는 올려줬으니. 물론 두텁지는 않지만. 테란 라인에는 이적한 선수도 있고. 다음 시즌까지 부디 모 선수가 살아나길 바란다.)

08-09 시즌 6강 PO 2 경기에 나온 유준희 선수는 2패만을 기록한다. (대 진영수 선수 전에서는 무난히 져 버렸고, 대 김윤환 선수 전은 지금도 기억하는 완전한 졸전이였다.)
이후 08-09 시즌 준 PO 1차전. 라인업에 나올 두 저그 중에 한명이 주영달 선수로 결정된다. 그는 1세트에서, 이때 이미 MSL 8강에 올라 있고 나중에 MSL 4강까지 올라간 변형태 선수를 맞아 훌륭하게 싸웠고 결국 승리했다. 그리고 결국 팀도 승리했다. 준 PO 2차전. 6세트에 나온 유준희 선수는 상성으로 앞서는 프로토스를 맞아 패배했다. 그리고 팀도 결국 패배하고 시즌을 접어야 했다. (준 PO의 차명환 선수 역시 좋은 모습은 아니였다.)

물론 팀의 패배가 유준희 선수 혼자만의 문제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큰 경기에서는 속칭 미쳐주는 선수가 한두명씩 나와줘야 했는데, 1차전의 주영달 선수는 그런 모습을 보여줬다. 그렇지만 2차전에서는 그런 선수가 나오지 않았다. 물론 두 저그의 차이 때문에 팀의 승리와 패배가 갈린 것은 아닐것이다. 그렇지만 상성에서 앞서는 경기를 힘없이 내준 상황은 두고두고 아쉽다.

칸의 선수들 중에 가장 커리어로 앞서는 송병구 선수도 07-08년도의 개인 리그 중, 중요한 경기에서 실패하는 경우를 많이 보여줬다. 당시 그의 모습은 멘탈에서 부족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려운 기회를 잡아 팀 리그에 나온 유준희 선수도 (물론 그가 팀내 연습에서 더 나은 점이 있었기에 나왔을 것이다) 중요한 순간에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오프시즌. 맵 테스트를 위해 방송사는 여러 선수단을 섭외하여 번외 방송경기를 하기 시작한다.

그 시작은 9월 4일 팀 평가전. 삼성전자와 하이트의 경기였는데, 하이트는 거진 주전이 삼성전자는 전 시전에 거의 나오지 않은 선수들 세명과 주전 두명이 나왔다. 아이러니하게도 경기 결과는, 칸의 주전은 모두 지고 비주전 선수들은 모두 이긴 것으로 끝났다. 이 경기에서 느낀 것이 있었을까. 삼성의 코칭스탭은 9월 7일 맵 테스트 경기에 모두 비주전 선수를 내보낸다. 그때 나온 하이트의 주전급 선수들과는 차이가 있었다. 이후 맵 테스트에 나오는 선수들은 대부분 2군 내지 비주전에 속하는 선수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나와서 '택용이가요'를 연발한 모 선수가 그 중 가장 이름값이 있는 선수 선수였다. 그 선수,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던 모양이다. 어쨌든 그 이후에는 비주전, 2군 선수들이 주축이였다. 드문드문 이름값 있는 선수들이 나오긴 했지만.)
맵 테스트에 한마디 하고 지나가자면, 이 현상은 아주 바람직했다고 본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코칭스탭의 눈에 들기 위해 열심히 해줄테니까. (실력 차가 있는 부분은 어쩔 수 없다고 본다.)

돌아가서 다시 이정현 선수. 08-09 시즌에 1승 1패 정도만 했던 비주전. 그리고 시간은 흘러 09-10 시즌 전의 번외 시즌.

2009년 9월 4일, 상대는 하이트의 원종서 선수. 테란은 앞마당만 먹고 잔뜩 움츠리고 있다. 저그는 먼저 뮤탈리스크를 선택하고 이미 테란은 한두기의 발키리와 골리앗을 확보한 상태. 뮤탈리스크로 이득을 봐야 하는 저그는 발키리에 큰 손해를 보거나 스커지로 발키리를 잡아내며 테란을 농락하거나 둘 중의 하나인 상황. 그렇지만 이정현 선수도 모은 뮤탈리스크를 발키리에 허무하게 다 잃지 않고 착실하게 멀티를 늘려가며 병력을 모은다. 발키리라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건지 감으로 알게 된건지는 알 수 없다. 
저그는 테란의 3멀티 정도만 저지하면서 (자신의 해처리를 그 자리에 펴며) 자신의 멀티를 꾸준히 늘려나간다. 그렇게 저그가 유리하게 장기전으로 간 상황. 어느쪽이 더 잘했냐를 따진다면 테란인 원종서 선수가 좀 더 못했다고 본다. 대규모 병력 진출 이전에 소수 벌처 견제가 전부였다. (발키리가 먹히지 않은 것이 조금 당황스러웠던 것으로 보인다. 발키리에 쓴 자원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그런 탓인지 3멀티도 괭장히 늦었다.) 저그가 무난하게 병력을 모을 수 있게 만들어 준다.
3멀티와 함께 공2 방1업 타이밍에 테란이 진출했지만 정말 무난하게 주병력을 잃고 만다. 이정현 선수가 하이브 테크까지 이미 확보한것도 실패의 원인 중 하나. (테란이 저그에게 너무 시간을 많이 준 것도 맞다.) 저그의 교전 컨트롤은 정교하지 못했지만 이미 테란은 많은 점수를 잃고 있었다.
그 이후에는 저그의 페이스. 일방적으로 경기는 끝난다.

2009년 9월 9일, 상대는 위메이드의 최수민 선수. 맵도 저그가 프로토스에게 유리한 것으로 테스트된 신맵. 프로토스는 입구를 막으며 더블 넥서스를 구사하고, 저그는 3 해처리로 게임을 시작한다. 프로토스는 커세어를 한기 뽑으면서 템플러 빌드를 선택하지만 저그는 뮤탈을 뽑으면서 프로토스의 준비가 끝나기 전에 급습. 이미 경기는 거기서 끝난 상황. 물론 여기서도 프로토스가 너무 못한 감이 있다. 프로브로도 정찰을 했고 커세어로도 정찰을 했지만 뮤탈 대비를 제대로 못한 상황. 이후 아콘이 나오며 뮤탈은 정리되지만 (그리고 뮤탈을 너무 쉽게 잃은 것은 아쉽지만) 이미 경기는 많이 기운 상태. 이어지는 연탄조이기와 마구 늘어나는 멀티. 프로토스가 이길 방법은 없었다. (원사이드한 경기였지만, 마지막 프로토스의 진출 타이밍에 본진 드랍을 하면서 입구를 뚫어버린 느낌은 괜찮았다. 자신의 난전 능력을 보여주는 느낌이랄까.)

같은 날짜. 상대는 위메이드의 강정우 선수. 맵은 저그가 테란에게 살짝 유리한 것으로 테스트된 신맵. 저그는 앞마당 해처리 이후 본전 3 해처리. 테란도 무난하게 앞마당을 먹으며 시작. 그리고 저그는 하이브 이후 스파이어. 테란은 이 타이밍에 정찰을 성공시키면서 모든 상황을 체크. 이후 한부대가량 모여 있던 바이오닉 병력 진출. 앞마당 근처 오버로드로 테란의 진출을 확인한 저그는 성큰 콜로니 두개를 박으면서 앞마당 방어에 성공. 이후 성큰라인을 2개를 더 늘리며 히드라리스크 덴을 올리고 본진과 먼 대각선 스타팅 포인트에 멀티를 선택한 저그. 테란은 주병력을 센터에서 돌리며 멀티를 체크하지만, 대각선 스타팅은 고려하지 않은다. 이후 저그는 러커로 중앙 교전에서 조금씩 이득을 챙기면서 멀티를 하나 더 늘려버린다. (스피이어를 히드라리스크 덴 이전에 올렸지만 뮤탈리스크는 사용하지 않는다. 사용해봤자 소수.)
테란은 탱크와 베슬을 확보하며 중앙 진출을 하지만 저그는 너무 무난하게 4가스와 하이브 테크를 확보. 테란은 대규모 병력으로 스타팅 멀티를 견제하지만 무난히 막히게 되고. 저그는 멀티마다 나이더스 커널을 뚫으면서 멀티 방어에 주력했는데, 이것이 주효했다는 느낌이다. 그러면서 저글링 한마리로 테란의 3번째 멀티를 지연시키기도 하고. 아직 미숙한 부분이 다소 보이긴 하지만, 세세한 센스는 연륜이 느껴지는 부분도 있어 보인다. 동시 다발적으로 여기저기에서 전투를 일으키고 거기에서 이득을 챙겨 나가는 부분은 꽤 뛰어났다고 생각된다. (결과적으로 테란이 배틀크루저를 뽑은 것이 실수였지만, 이정현 선수의 운영도 좋았다고 본다.)

그리고 2009년 9월 15일, 상대는 이스트로 신상호 선수. 역시 저그는 멀티에 3 해처리를 펴면서 부유하게 시작. 프로토스도 앞마당을 먹으며 시작해서 크게 나쁜 상황은 아니였고. 프로토스는 게이트웨이를 늘리면서 진출 타이밍을 잡아보지만 스커지로 정찰 성공. 저그는 본진에 4번째 해처리를 펴면서 히드라리스크를 모으기 시작하고, 프로토스가 선택한 것은 의외로 다크 아칸. 다크 아칸과 아칸, 질드라를 조합한 프로토스는 자신의 3멀티를 견제하려는 저그를 메일스트롬(맞나?) 한방으로 본진까지 밀어버린 상황. 저그는 후속병력을 잘 모으며 본진에 타격은 없었지만 분위기는 프로토스가 유리한 시점.
저그는 한타이밍 뮤탈리스크를 모아 하이 템플러를 저격하려고 하지만 깨끗하게 실패. (템플러 2두마리와 뮤탈리스크 한부대를 바꾸게 된다. 남은 템플러 하나도 히드라 4-5마리를 던져서 결국 목표한 바는 성공.) 결국 템플러를 다 솎아내면서 센터 싸움 한타이밍을 벌여보지만 후속 병력 합류 타이밍이 어중간해서 저그가 큰 이득을 챙기지 못한 상황. 센터의 주도권은 여전히 프로토스에게 있고 멀티의 상황은 동일했다. 누가 봐도 프로토스가 유리하다고 생각할 때. 저그는 지속적으로 병력을 뽑아내며 모으고 있었고 프로토스가 순간적으로 병력이 충원되지 않는 타이밍을 노리게 된다. (그냥 계속 두드리고 있었는데 프로토스의 병력 충원에 한순간 공백이 생긴 느낌도 있다.) 순간적으로 뮤탈로 하이템플러를 저격하고 모여있던 히드라가 웨이브로 적중하며 그것이 치명타로 한방에 게임은 끝나버렸다. (프로토스는 테크를 올리고 있었던 것 같지만 확인되지 않는다. 계속 프로토스가 유리해 보였지만 저그는 꾸준히 병력을 모으고 있었고, 교전중에 전체 병력이 바꿔치기 되는 상황이라고 프로토스는 알고 있었던 것 처럼 보였지만 저그는 어느정도 병력이 남고 있었다.)

이 선수의 데뷔전은 2009년 3월 7일 대 이스트로전. 상대는 박상우 선수. 앞에 서술했던 경기와는 달리 데뷔전은 초반 저글링 러쉬로 시작, 성공하는가 싶었지만 테란이 SCV를 잘 꺼내며 선방. 저그는 본진 3 해처리 선택. 이후 레어 테크에서 뮤탈리스크를 선택하지만 빈틈을 잘 노린 테란이 저그 앞마당에 소수 마린이 난입하며 꽤 이득을 챙기면서 시간을 번다. 이후 저그는 3 멀티를 타 스타팅 위치에 가져가지만 잘 파악한 테란이 적절하게 저지. (저그의 행동양상은 9월 9일 테란전과 비슷했지만 멀티를 가져가지 못하면서 전체 경기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간다.)
이후 테란은 모든 면에서 저그보다 한박자 빠르게 흘러갔다. 엄밀히 말해 저그의 모든 행동이 조금씩 느려진 셈. 초반 저글링 러쉬에서 큰 이득을 보지 못했고, 이후 소수 마린이 앞마당에 난입하면서 더 시간을 빼앗겼기 때문이라고 본다. 하지만 후반까지 무난하게 경기를 진행시키는 모습은 그럭저럭 침착해 보였다. (경기가 끝난 뒤에 눈에 띄게 아쉬워 하던 모습 역시 인상 깊게 남았다.)

2009년 7월 13일 대 MBC 게임전. 상대는 마찬가지 상황인 신예 테란 공민창. 양쪽 다 무난히 앞마당을 가져가고 저그는 빠르게 레어 테크를 선택. 이후 스파이어와 히드라리스크 덴을 동시에 건설. 테란은 엔지니어링 베이를 지으며 스캔으로 저그의 빌드를 확인, 이후에 터렛 공사를 하고 있지만 저그의 라바에서 나온 것은 히드라. 러커를 확보함과 동시에 3멀티를 타 스타팅에 선택. 퀸즈 네스트를 올리면서 하이브 태크로 진입하는 저그를 스캔으로 확인하지만 진출해야 하는 테란의 병력은 고작 1부대 남짓. 이때는 이미 저그는 이곳저곳 러커를 7-8마리 보유하고 있었다.
저그는 나쁘지 않은 상황에서 싼 저글링과 소수 러커로 시간을 끌기 시작하며 울트라리스크 선택. 테란은 센터를 장악한 상태에서 스타팅 멀티를 견제하지만 치명타는 입히지 못하고 드랍도 실패한다. (테란이 센터를 장악한 이후부터 저그가 울트라리스크를 확보하기 전까지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 테란 공민창 선수가 미숙한 점도 있었지만 이정현 선수도 참 침착하게 잘 막은 편) 저그는 테란의 가스 멀티를 저지시키면서 울트라리스크를 확보하고 이어지는 드랍! 테란의 서플라이 지역을 완전히 초토화시킨다. 이후 테란 멀티에 대한 지속적인 견제에서 병력적인 이득을 보고, 경기는 그대로 돌이킬 수 없게 기울어 버린다. 그리고 챙긴 공식경기 1승.



전체적으로 후반을 즐기는 스타일로 생각된다. 앞서 경기에서 보다시피, (특히 테란전에서) 주로 쓰는 테크가 3 해처리 운영 쪽으로, 명확한 편. (히드라리스크 덴과 스파이어를 동시에 지어놓고 러커를 먼저 선택하는 편이다) 전시즌 두 경기 중 한 경기를 장기전으로 성공, 오프시즌 네 경기 모두 장기전으로 끌고 갔고 결국 승리했다. 초반 카드와 다른 빌드를 익숙하게 사용하지 못한다면 반쪽 선수로 남을 위험이 있다. 이 부분은 보완이 필요할 것 같다. (뮤탈리스크 콘트롤을 한번 보여준 적이 있으나 그리 정교하지는 않았다. 그 부분 역시 보완이 가능하면 좋겠다.)
물론 이름있는 선수와 대전은 몇번 없었지만, 방송 경기에서 대담하게 운영하는 모습은 꽤 인상적이다. 이 부분은 유준희 선수와 다른 점이라고 생각된다. 스타일은 보완하여 연습하면 극복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멘탈에 대한 문제는 타고난 경우가 훨씬 더 많다고 본다.

(스타 크래프트 방송경기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모르겠지만) 09-10 시즌에는 이정현 선수를 더 많이 볼 수 있게 되기를.

PS. 9월 29일, 30일. 양대 리그 PC방 예선에서 떨어졌다. 괜찮아. 다음에 또 기회가 있겠지. (아쉽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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