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2 리그 공식 출범에 즈음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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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사이트 : http://www.fomos.kr/board/board.php?mode=read&keyno=109544&db=issue&cate=&page=1&field=&kwrd= (곰 TV가 리그당 우승상금 1억원, 총 6억원의 상금을 내걸고 매달 스타크래프트 2 리그를 개최하겠다는 기사 내용)

향간에서는 이런 말들이 나옵니다. '스타 2 물량 쩐다. 스타 1 리그는 이제 그만해라.' 글쎄요. 이 발언에 별 당위성도 못 느끼겠고 그럴 이유도 모르겠습니다.

탐그루라는 판타지 소설이 나올 무렵(그 이후였나), 스타크래프트 리그가 등장합니다. 선수들은 소설 내용처럼 등에 기업 광고를 달고 게임을 하죠. 상상만하던 그런 것들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것을 이룩한 사람들은 초창기 스타플레이어들, 방송사들, 그리고 그와 관련된 여러 사람들이였죠. 블리자드도 그 한쪽에 서 있었나요? 그건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10여년 동안 스타크래프트 리그라는 것은 존속해 왔습니다. 그러면서 e 스포츠라는 개념이 생겼죠. 한국에서 e 스포츠를 공식적으로 담당하는 케스파라는 협회가 생겼습니다.
한국의 내수 시장은 열악한 편입니다. 스포츠 시장만 보더라도 자립이 가능한 스포츠 팀은 없을겁니다. 기업 스폰을 받고 투자를 받아서 운영하죠. 대신 그 기업의 이름을 팀 이름에 넣습니다. 광고 효과죠. 기업은 이런 광고 효과를 분석하고 투자 가치를 산정합니다.

그래서 프로리그가 중요한겁니다. 팀대 팀으로 붙는 리그는 이런 광고 효과가 큽니다. 스타크래프트 리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번 시즌 광안리에서 SK Telecom T1 팀과 KT Rolster 팀이 붙는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을겁니다. 이런게 광고 효과죠. 그래서 팀 소속 플레이어들은 연봉을 받는겁니다. 개인리그 우승도 물론 광고 효과가 되겠지만, 팀 보다는 개인이 우선시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개념이 다르죠.
팀이 없다면, 수많은 스타크래프트 1 리그의 스타 플레이어들은 아마 없을겁니다. 2군 소속 플레이어들은 정말 용돈 정도 수준의 연봉만을 받고 생활한다지만 팀이 없다면 그것 조차 없게 되는거죠. 스타크래프트 2 리그가 스타크래프트 2 리그의 기업팀과 같은 구조를 언제쯤 가지게 될까요?

스타크래프트 2 리그는 스타크래프트 1에서 쌓아왔던 모든 개념들을 모두 던져버리고 시작합니다. 케스파라는 한국 e 스포츠 협회는 스타크래프트 2 리그와는 전혀 관련이 없게 되었습니다. 곰 TV는 이제 리그 시작을 선포했고, 이제 전혀 별개의 길을 걸어갈겁니다.
곰 TV가 기업 스폰을 이끌어낸다, 스타 1 초창기에 어마어마했죠. 그런 분위기로 그런 여세를 몰고도 협회를 구성하고, 리그를 정착시키고, 리그에 대한 연간 스폰을 받고, 기업 스폰을 팀단위로 이끌어내기 위해서 몇년이 걸렸습니다. 지금 다 되어 있으니 고대로 스타 2로 옮겨오면 되지 않느냐구요? 그 노하우는 아쉽게도 다 씹어 마지않는 협회에 있는 겁니다. 팀단위 기업 스폰을 정착시키고, 프로리그의 연간 스폰서를 유치하고, 정부에서 인정 받고 지원도 하고, 병역 문제 해결을 위해 공군 팀도 만듭니다. (이걸 얼마나 어느 정도까지 전면에서 해 왔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최소한 협회라는 조직은 이런 일을 하는 조직입니다.) 욕은 먹어도 할만한 일은 많이 했다고 봅니다.

스타 1 플레이어들이 지금 당장 보기에는 스타 2 떡밥이 좋아보이죠. 훌륭합니다. 바로 옮겨갈까요? 나이 20대 후반만 되도 퇴물이라고 손가락질하는 이 판입죠. 길어야 5-6년인데, 스타 2는 지금 시작입니다. 한국에서 성공할지 성공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스타 1은 서서히 기세가 떨어져 가고는 있지만 아직은 여전하죠. 뭐가 나을까요? 스타 2로 빠지는 플레이어도 스타 1에서 비전이 없는 플레이어들이 대부분입니다. 스타 1 플레이어들이 물론 불안할겁니다. 차기 리그는 아직까지도 케스파와 곰 TV가 협상중이라고 알려져 있고(이 포스팅 오픈 시점에는, 온게임넷은 곰 TV와 협상이 종료되었고 MBCGAME은 아직 협상중입니다), 개최 역시 불투명합니다. 스타 2로 갈아타자니 안정적인 기업 스폰이 없습니다. 정말 협상이 최악으로 치달아 현재의 스타크래프트 1 리그가 공중분해된다면, 모든 노하우와 기업 스폰 역시 공중분해될겁니다. 예전처럼 개인 스폰으로 돌아설 기업도 있을거고 이 참에 그런거 손 뗄 기업도 있을겁니다. 개인리그 우승이 가능한 스타 플레이어 한두명이 클랜을 만들고, 클랜 단위로 존속하는 구조로 돌아서겠죠. 10년은 후퇴하는겁니다.

스타 1 리그가 시대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더라도, 그것은 운명이겠지요. 하지만 스타 1 리그나 스타 2 리그가 같이 공존하지는 못할지라도, 최소한 스타 2 리그가 스타 1 리그를 잡아먹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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