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 1~2권 (류승현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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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느낌이 좋았던 글. 근 몇년동안 읽었던 글들 중에서는 최고였다. 18세기 무렵 스팀 펑크 정도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듯(스팀 펑크는 물론 아니다). 초반에 다소 늘어지는 느낌은 있으나 1권 중반부를 벗어나게 되면 즐겁게 읽을 수 있을 정도다.




1권 중반까지는 늘어지는 구성이지만 생소한 세계관을 설명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희생한 부분도 없지 않다고 하겠다. 그렇지만 필요 없이 늘어진 부분도 있다. 이 부분은 간략하게 정리하지 못한 것은 옥의 티라고도 볼 수 있겠다.

이야기의 주된 떡밥은 크게 3가지다. 기사라고 불리우는 절대자. 혼자서(는 아니지만) 연대 병력을 상대할 수 있고, 선택된 자 만이 될 수 있으며, 각 국의 기사들은 모두 리스트에 올라 관리된다. 넘버링 되는 개념이나 그 자료를 공부하고 익혀서 실제 전장에서 판단하게 되는 내용이나 별로 어색하지 않다.
두번째는 '미티어(맞나?)'라는 인물과 그 주변 이야기. 주인공은 이미 그와 관련된 연구를 하기 위해 투입된 전력이 있고, 그가 마법을 걸어 놓은 통로를 통과하여 그의 비밀과 관련된 것을 접촉했고, 그와 직접 연관된 사람을 가까이 두고 있으며, 나중에는 그와 직접 대면하여 대화한다. 이야기의 진행에 따라 그 인물에 대한 평가는 조금씩 조금씩 변해가는데, 직접 만나게 된 그 인물에 대한 서술은 과연 이야기의 흐름대로 그럴만 한 인물로 묘사된다.
세번째는 용. 판타지의 단골 손님이라고 할 수 있는 이 파충류에 대해서 독특한 설정을 사용하고 있다. 존재감이 비교적 약하긴 하지만 그럴만 하다는 느낌이다.

인물 묘사 역시 다 자기 위치에 맞는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기사는 기사 나름대로 무게감을 주고, 드래곤 역시 나름대로 신비감을 준다. 오래된 현자 역시 그 나름대로 세월의 느낌을 주고 있다. 주인공 부대의 기병 대장 하나하나가 그럭저럭 조연에 맞는 존재감을 가지고 있다. 단, 주인공이 여성과도 비견될 정도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는 것은 그다지 좋은 떡밥인 것 같지는 않다.

아쉬운 점은 드래곤과 전투기 간의 공중전. 결말까지의 진행이 그다지 매끄러운 편은 아니였다고 생각된다. 주인공이 이전에 검술 도장(인가)에서 유망주였다던가, 그 검술 도장의 후배가 주인공의 부대에 배속되어 있는 상황 같은 것은 앞으로 사용할 떡밥이면 상관 없겠지만, 2권의 마지막 시점에서는 그냥 묻힌 떡밥이 되어 버렸다. 세번째는 좀 아쉬운 부분이긴 하지만 그냥 그것(음?)을 먹어버렸다는 것. 좀 더 다른 내용이였으면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꼬집어 봤을 때, 이런 것만이 아쉬울 정도니 분명 잘 쓴 글은 맞다. 제발 후반으로 갈수록 용두사미가 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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