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군의 비 1~2권 (김동희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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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후에 두리뭉실 과거로 회귀하는(이유, 방법, 심리표현 이런것 없이 그냥 두리뭉실 앗, 과거다, 이런 식) 과거 회귀물(겸 본격 로맨스. 응?). 섬세한 감정 표현이 인상적이나 장면 묘사는 매우 부족한 편. (전체적으로 다듬어지지 않은 풋풋함이 느껴짐) 무려 고등학생에 불과한 작가의 나이를 생각해봤을 때 무시무시한 글이라고 생각됨.




보통의 과거 회귀물의 경우 먼치킨적인 요소와, 앞으로 일어날 사건들을 대비함에 있어서 힘의 논리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글의 주인공은 그다지 강하지도 않고(2권까지 기준이지만 앞으로도 무력적으로 강해질 것 같지는 않다) 그런 의지 또한 없다. 미래를 대비하고 대처하는 모습 또한 그냥 잔잔하게, 일상 생활을 하듯 흘러갈 뿐이다. 껄끄러운 것은 처음부터 주인공이 '아 난 또 저 폭군의 비가 되어야만 해'라는 사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 점. 그렇게 생각하게 된 당위성에 대해서 그다지 공감은 가지 않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정말 그렇게 되는 과정에서 그저 여분으로만 남는 소꿉친구들, 그냥 텍스트로만 전달되는 아카데미 과정들, 남자 주인공이 힘을 얻게 되는 과정이나 관련된 것들의 서술에 있어서의 두리뭉실함 등이 글을 전반적으로 껄끄럽게 만든다.

문장은 좀 더 다듬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다지 매끄럽지 않고 거친 편. 또한 장면을 대화를 섞어 표현하다, 서술로 어느정도 진행한 후에 다시 대화를 섞어 표현하는 식으로 표현 방식을 번갈아 가면서 쓰는 경우가 있는데 그다지 자연스럽지 않아 보인다. (중요한 것은 대화를 넣어 표현하고 중요하지 않은 장면을 서술로 건너뛴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대충 건너뛴다는 느낌에 가깝다) 치명적인 것은 장면 묘사가 거의 없다는 점. 때문인지 사건과 사건이 그냥 두리뭉실하게 연결되며 흘러간다. 심지어는 중간중간 몇년씩 건너뜀에도 글로써 잘 표현이 안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이유에서 가장 읽기 힘들었다) 애초에, 가장 초반 도입부부터 환생을 하고 다시 사물을 인지하는 과정부터 두리뭉실하게 설명된다. 이것은 무척 불친절하다 라고 생각되는 부분.

전지적 작가 시점이긴 하지만 이야기는 두줄기로,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조금 안타까운 것은 등장 인물들의 색채(그러니까 그다지 개성적이지 않아 보인다)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 왠지 두 주인공의 성격도 꽤 닮아 있다. 다른 등장인물들도 각기 비슷한 방식으로 서술되는 탓에 서로 성격도 다르고 개성적이라면 그럴 수 있긴 하지만 (몇몇 인물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그렇지 않아 보인다.

역사는 남자가 만들지만(he's story = history 랄까) 남자는 여자가 쥐고 흔든다는 사상이 짙게 깔려 있다. 남자 주인공은 세상을 쥐고 흔들만한 인물이지만 그 남자 주인공을 쥐고 흔드는 것은 여자 주인공. 여기에서 꽤나 닭살돋는 표현이 많이 나온다. 가장 닭살을 돋게 만드는 것은 '응애한다(응?)'는 표현. 처음에는 뭐냐, 싶었지만 나중에는 솔직히 덮고 싶었다.

전체적으로 무난한 달달한 로맨스류. (남자 독자라면 견디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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