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벨리온 1~2권 (설비연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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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긴 것은 퓨전이 섞이지 않은 환타지이나, 옛 대본소 무협의 냄새가 솔솔 풍긴다. 먼치킨이 아닌 성장물의 형태를 띄고 있다는 것은 그럭저럭 긍정적이다. 동료들과의 관계 역시 압도적인 무력으로 찍어누르는 식의 관계가 아니라 어느정도 수평적인 관계도 보이는 면도 좋아 보인다.
한계를 가진 능력이라는 설정으로 현재까지는 조연들과 실력적인 면에서 수평을 이루고 있긴 하지만, 그것을 극복하고 난 이후에는 먼치킨 쪽으로 빠질 가능성도 보인다.



표지의 저 색감은 좀 괜찮았던듯.


주인공은 제국의 한 비밀 단체에서 키워지던 인간병기. (90년대 후반 무협지에서 처음 본 요 설정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친구와 함께 탈출하여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주된 사상은 '세상을 바꾼다'. 이런 주제로 쓰여진 많은 소설들이 있기 때문에, (또한 중간 중간에 나오는 주제와 관련된 이야기 흐름 역시 기대와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에) 이런 주제 자체가 그다지 흥미롭진 않다. (후반에 어떤 결론을 낼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주제의식을 강하게 드러내는 글은 아닐듯 하다.

소설 중간중간에 임펙트 있는 사건들, 그럭저럭 개성있는 조연들이 나오는 면도 괜찮다. 그렇지만 인물의 죽음이 왠지 허무하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다. (주요 인물들이 죽는 경우가 대략 세번 정도 나오는데, 매번 비슷하다.) 특히 주인공에게 중요했던 한 인물의 경우에는 정말 생뚱맞게 죽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툭 치니 억 하더라, 라는 느낌이랄까.) 죽음에 대한 서술도 부족하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도 그렇다. 과도하게 감정을 표출하거나, 너무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이 중간이 없다. 그래서 더더군다나 괴리가 많이 느껴지는 듯싶다.
가장 큰 사건에 대해서도 그렇다. 한쪽은 권력을 쥐고 있고 그 중심에 있는 사람인데도 너무나도 허무하게 빼앗긴다. (화가 날 정도로 무력에서 일방적이다.) 한쪽은 병권을 쥐고 있긴 했지만 아무래도 더 아랫사람이고, 아무리 신망과 신뢰가 깊었다고 해도 그 방면에 있어서는 절대권력이나 마찬가지의 입장이다. 게다가 그가 가지고 있는 비밀 조직(들인가?). 그리고 그 이후의 행보. 너무 이상주의적이고 광오하다. 그래서 (장르계를 놓고 봤을 때) 그다지 작위적인 설정은 아닌데도 작위적으로 느껴진다.

주인공의 친구가 성을 공격하는 부분도 답답한 면이 있다. 결정적으로 성을 공격하게 되는 루트도 글쎄. 사람이 그렇게 한순간에 넘어가나 싶을 정도다. 맹목적으로 이쪽에 충성을 다한다 싶으면서도 한가지 이유로 또 다른 쪽에 충성을 다한다 싶다. (물론 이유야 있지만 아주 공감은 가지 않는 부분이다.) 후반에 주인공과 조우하는 부분도 그랬다. 그 장면 하나를 만드려고 장면을 너무 늘였다 싶다. (서술상으로는 금방 잡힐 것 같은 흐름이였다고 생각한다.)



인간 관계에 대해 좀 더 고찰을 했으면 더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사건 구성이야 이정도면 중간 정도는 간다고 본다.)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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