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백의 길을 걷는 다른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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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백이야 워낙 유명했(었)으니 모르는 사람들은 없겠지. (알고 싶으면 네이버 검색으로.)

이 사람이 유명해진 것은 독특한(어처구니 없는) 대사들, 기발한(말도 안되는) 스토리도 있겠지만, 인간으로써 불가능한 다작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이른바 공장 만화. 혹자는 작업실에 가보면 장면장면 도장으로 파 놓고 주르르륵 찍어서 한권을 낸다고는 하지만 그건 그냥 웃자고 하는 이야기겠고. 어시스턴스 40명을 쓴다는 이야기(보통 4-5명이 고작이라고)도 있지만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다들 공장 만화라고 손가락질도 하고, 한권 읽는데 10분이면 된다고 손가락질도 하고 그랬더랬지. 이른바 '빅장', '강약약강강강약강중약', '똥 싸느라 늦었다', 이런 명대사들이 있다. 일부는 아래 사이트를 참고. (지금 봐도 웃음이;; 이런 대사라도 있었으니 이 사람 작품이 그나마 읽힌거겠지만.)

참고 사이트 : http://blog.naver.com/lovetosiho?Redirect=Log&logNo=50069319850

왜 김화백의 이야기를 하느냐구?
김화백은 망해가는 만화판에서 돈을 벌기 위해 공장 만화를 찍은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장르 소설판이 (그러니까 판타지 작가들) 흘러가는 모습이 김성모 화백과 점점 닮아가는 기분이 든다. 몇몇 분들은 글을 찍어내기 시작한다. 자신의 구작에서 인물과 플롯만 베껴서 책을 내는 분들도 있다. (남의 글을 베끼는 것보단 양반이긴 하다.) 신작과 구작의 퀄리티가 눈에 띄게 차이가 나는 분도 계신다. (이쪽은 의욕 상실이라고 판단된다.) 생계형, 먹고 살기 위해 팔아먹을 글과 정말 신경쓴 글이 명확히 구분되는 경우도 있다. 어짜피 이쪽이 직업이다보면 그럴 수 있다고 긍정해야 할까? (이쪽 업계가 어려우니까? 먹고 살기 힘들어서 이렇게라도 다작을 하셔야겠다? 이정도라도 글을 써주는게 어디냐?) 그런데 그런 것들이, 김화백이 도장으로 씬을 찍는것과 뭐가 틀리단 말인가.

대략 무지하게 강한 캐릭터가 피도 눈물도 없이 우하하하 웃으면서 수백만명 쓸어버리는 글이나, 개그 캐릭터 여럿이 나와서 (별 의미 없는) 만담을 주고받는 글이나, 할렘을 만들어 여자의 바다에서 헤엄치는 글이나, 대략 칼이면 소드 맛스타, 마법이면 10서클, 정령이면 정령왕을 거느리는 정도로 앞뒤 짝을 잘 맞춰서 필력(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런게 있단다) 이라는 양념만 더해주면 중간은 가니까. (그것도 능력. 그런 능력이 있으니 작가 탈을 쓰고 밥벌어먹고 있겠지.) 요즘은 친절하게도 무슨 물, 무슨 물, 해서 정해진 프레임워크가 딱딱 있다. 코딩에만 프레임워크가 있는게 아니다. 대충 인물과 사건만 조합해서 딱딱 구워낸다. (영지물, 성장물, 기갑물, 학원물, 할렘물, 먼치킨물, 노닥노닥물, 기타 등등. 판소 제작론 정도의 이론학문이 하나 생겨도 되겠다. 소드맛스타부터 10서클까지 총 망라! 두둥!) 인물도 대략 주인공만 신경쓰면 된다. 무뇌에 단세포 같으면 뭐 어때. 어짜피 조연들은 다 들러리 아니겠어?

이해하는 것과 인정하는 것은 틀리다. 그렇게 글을 쓰는 사람들의 입장은 (대략 그렇게라도 다작을 해야 먹고 산다는) 이해하지만, 인정하지는 못한다. 그냥 돈을 벌기 위해서 '공장 소설'을 찍는 거니까. (어짜피 대여점도 망해가니 그것도 얼마 못갈것 같긴 하다.) 어떤 이야기로 포장을 하려고 해도 밥벌이를 위해 자존심을 버린것이다. 장르계의 김성모 화백인 셈이다.
그쪽에서 중견, 내지는 원로급 되는 사람들도 그런 짓을 하는데. 전체 판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거고. 대략 팬들은 열심히 옹호를 해주시고. 이젠 어느정도 당당하게 글을 찍어낸다 싶다. (예전보다 이쪽 업계가 힘들기 때문에 그정도 퀄리티의 글 밖에 안나옵니다, 류의 글들이 많이 보이는 것 같다.)

좀 씹는다고 뭘. 어짜피 자존심은 버린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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