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크롭 바디의 렌즈 이야기 (부제: 쓸 렌즈를 좀 골라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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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 꽤나 오래 생각해봤다. 이걸 걸어, 말어? 잘난척 하는 기분이라 어떻게 보면 민망하기도 하고. 겨우 사진기 잡은지 1년밖에 안된 사람이 이런거 써도 되나? 내 안방이니까 걍 걸어버리고 말까? 그래도 써놓은게 아까우니 대략 포스팅. 누군가는 참고하지 않을까 싶어서.



이런저런 질문글 중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질문. 전 무슨 렌즈를 사야할까요?
물론 본인도 초보인 입장에서 토를 다는게 민망하긴 하지만, 그래도 답답한 것은 답답한 것이니.

그 중에서도 제가 이런저런 부분이 부족한 것 같아서 이런저런 렌즈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라고 쓰여진 질문은 '괜찮다~'. 전 렌즈군이 이만큼 있는데 어떤 영역에서 하나를 더 추가하고 싶습니다, 라는 질문은 조금 답답하긴 하다. 그래도 대뜸 어떤 렌즈를 사야될까요? 라고 물어보면 정말 답답하다. 내가 쓸 렌즈를 고르는 것도 아닌데.
솔직히 렌즈 사용은 개개인의 편차가 있는 법이다. 광각렌즈 좋다 좋다 하지만 정말 광각렌즈를 그 용도로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내가 시야가 많이 좁았던건지, 원래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크롭에서의 18mm도 감당이 되지 않을만큼 넓었으니까. 남들이 답답하다고 하는 크롭에서의 50mm도 꽤 유용하게 잘 사용했었으니까.

번들에서 18mm로 찍어본 동네 전경. 나름 아주 광활했다. 이 때 이후로 18mm로 다시 찍은 적은, 거의 없었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화각을 경험하기에 가장 쉽고 가장 편한 방법은 번들이다. (최소한 표준 화각대에 대해서는. 그리고 표준 화각대에 근접한 화각들도 대략 감을 잡게 해준다.) EFs 18-55mm F3.5-4.5 IS, 요 렌즈는 사진을 입문하게 되면 꼭 한번 사봐야 하는 렌즈라고 생각한다. 최소한 요 렌즈로 5천컷, 아니 못해도 2천컷은 찍어보고 생각해보는게 좋을 것 같다. (나도 1천컷은 못찍어본것 같아. 번들에게 미안. 그래서 렌즈병에 걸렸나봐.;)

2009/08/14 - [DSLR/렌즈 사용기] - EFs 18-55mm F3.5-5.6 IS (캐논 IS 번들)

혹자는 어짜피 넘어갈거, 번들을 건너뛰고 탐론 17-50mm F2.8이나 캐논 EF 17-55mm IS USM 같은 렌즈로 한방에 가라고 하지만 그건 솔직히 모르는거다, 라고 생각된다.

렌즈는 욕심에 따라서 사게 되면 사도사도 끝이 없으니까.



1. 보통 이렇게 시작한다.

흔히 시작하는 구성은 번들 + 쩜팔일듯 하다.
EFs 18-55mm F3.5-5.6 IS + EF 50mm F1.8 II, 도합 20만원이 되지 않는다. (쩜팔과 번들은 중고거래가 많은 편이고, 중고면 좀 더 싸게 구할 수도 있다.) 망원이 필요하다면 EFs 55-250mm F4-5.6 IS를 추가하고 50만원 안쪽으로 구성할 수 있다(투번들 + 쩜팔이라고 불러도 될 듯 하다. 55-250 IS는 번들이라고 불리기에는 좀 아까운 렌즈지만). 초반에는 광각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것 같다. 이 구성이 입문하는 입장에서 가장 많이 선택하는 구성. (55-250 IS가 비싸다면 서드파티에서 대안이 있다. 비슷한 화각대와 비슷한 조리개의 IS 없는 모델이 탐론과 시그마에서 출시되어 있는 상태. 신품가는 10만원 중반대로 18-55  IS 번들이나 쩜팔과 비슷하다.)

이제 슬슬 고민이 시작된다.
렌즈군을 구성하면서 고민을 해야 하는 점은 이 렌즈를 '언제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실내? 실외? 밝은 날? 어두운 날? 음식 사진? 풍경? 고민없이 무작정 남들이 좋다는 렌즈를 영입하다보면 방출의 수순을 밟게 마련이다. (사실 고민을 하면서 영입해도 방출하게 되어 있긴 하다. 그래도 고민끝에 구입한 렌즈는 좀 덜 방출되겠지.) 그러니까 한번 렌즈를 구매했다면 이 렌즈는 충분히 알것 같다는 느낌이 올 때까지는 렌즈를 써 주는게 도리라고 생각한다. 렌즈에 대한 예의랄까?
어떤 상황에서 주로 쓰게 되는 렌즈는 한두개 정도가 전부일 것 같다. 두개 정도도 많은 편이다. SLR, 렌즈 교환식 카메라라고는 하지만 렌즈를 교환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은 없다. (.. 나로 말하자면, 최소한 렌즈 교환이 꺼려지지는 않지만 즐기지는 않는다.) 이 시점에 이 렌즈를 가지고 가게 되면 이때는 이걸로 찍고 저때는 저걸로 찍자. 이런 생각을 한번쯤 해 보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투번들 + 쩜팔 구성에서 야외, 그러니까 놀이터 정도를 애를 데리고 간다면 쩜팔 렌즈를 하나 들고 갈 것 같다. 놀이터는 좁고 애들이 뛰어다녀봐야 거기서 거기니까, 놀게 놔두고 쩜팔로 비교적 편하게 좋은 퀄리티로 찍을 수 있다. 야유회, 여럿이서 돗자리를 펴놓고 노는 자리를 간다고 하면 55-250 IS로 아이가 노는 모습을 주로 찍으면서 때에 따라서는 번들로 전체를 한두번 잡아줄 것 같다. 집 안에라면 개인적으로는 쩜팔이 딱 맞았다. 음식점 같은 실내라면 번들이 유일한 대안이였다. (쩜팔은 다소 불편했다.)

한강 둔치에서 점팔로 찍은 아이 전신. 노는 모습을 어느정도 거리를 두면서 쫓아다니며 찍기에는 50mm가 가장 적당했던 것 같다.


솔직히 이런 정도의 구성이면 취미로 블로깅이나 싸이를 좀 하고 두루두루 쓰기에는 정말 차고 넘치는 조합이라 생각한다.



2. 실내. 약간 어두운 조명. 그러니까, 카페나 집 정도.

번들에서 고민이 들기 시작하는 것은 이 정도의 시점이다. 쩜팔을 가지고 있다면 어느정도 사용할 수는 있겠지만, 반신 정도를 찍으려고 해도 1.5미터 가량은 물러나 줘야 한다. 카페에서는 앞사람 얼굴 정도만 화면 가득히 찍을 수 있을 뿐이다. 테이블 위의 물건을 찍는 것은 가능하지만 좀 불편하다. 번들의 IS 기능으로 카페에서 어느정도 찍는 것은 가능하지만, 떨어진 셔터 스피드로 인한 모션블러는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한다. 스냅이 힘들다. 거기다가 쩜팔을 쓰고 있다면, 번들의 배경흐림은 성에 차지 않을 것이다. (사실 음식점이나 카페에서 고정된 물체를 찍는데는 번들도 꽤 좋은 선택이 된다. 번들의 IS 기능은 이런 상황에서 빛을 발하니까.)

여기서의 대안은 밝은 단렌즈가 될 수도 있고, 밝은 표준줌이 될 수도 있다. F2.8 정도면 IS 기능 없이 카페에서 무난하게 사용이 가능한 편이다. ISO 400 정도에서 어느정도 커버가 가능하다. (어둡다는 느낌이 들 정도면 ISO 800 이상이 필요하긴 하다. F2.8로 영등포역 TGI에서는 ISO 1600이 필요했었다. 그정도 되면 F1.8 렌즈로도 ISO 800이 필요했을 것 같긴 하다.) 어느편을 선택하던, 가벼운 스냅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우선적으로 이쪽을 먼저 선택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수순인것 같다.

테이블의 먼쪽 자리 앞에 놓인 음식을 50mm(점팔)로 찍은 사진. 이 정도는 편한 자세에서 찍을 수 있다. 여기는 구로 디지탈 단지쪽 애쉴리. (뭐가 더 붙긴 하던데.)


단렌즈를 선택하게 된다면,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점이 화각이 고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줌이 되지 않는다. 쩜팔을 먼저 사용해 봤으면 어떤 상황이라는 것은 대략 감이 오겠지만, 화각 자체는 감이 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번들. 번들로 원하는 화각을 맞춰놓고 여러 상황에서 찍어봐서 화각의 감을 잡는 것이 필요할 듯 싶다. 번들로 찍은 사진을 쭉 늘어놓고 EXIF로 분석을 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내가 어떤 화각을 많이 썼는지. 어떤 상황에서 어떤 화각이 나한테 맞는 상황인지.
뭐, 일반적으로 카페나 실내에서 추천해주는 렌즈는 고정되어 있는 편이긴 하다. 28-35mm 사이의 단렌즈들. 캐논과 시그마의 28.8이 있고, 삼식이가 있고, 사무캅이 있다. 비싼 렌즈로는 사무엘도 있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렌즈는 Sigma 30mm F1.4 EX DG HSM, 삼식이가 되겠다. (당연하게도, 가장 좋은 렌즈는 사무엘이다.)
크롭의 축복이자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골라야 하는 삼식이도 단점은 있다. 삼식이와 쩜팔의 최단 초점거리는 같다. 쩜팔로 테이블 위의 물건을 찍는데 최단 초점거리 문제로 불편했다면, 삼식이도 화각만 좀 더 넓을 뿐 같다는 것이다. 데이트를 하면서, 놀러다니면서 카페나 음식점의 테이블 위를 주로 찍는다고 하면 삼식이가 그다지 좋은 선택은 아닐수도 있다. 쩜팔에서 단지 화각이 좁은 것만이 불편했다면 삼식이는 딱 좋은 선택이다. 그냥 사라. (핀문제는 하늘에 맡기자. 할렐루야! 핀문제로 고통을 겪지 않으려면 구형 삼식이는 피하는 것이 좋다. 어디까지가 구형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2008년 이후는 신형인듯 싶다. 신형을 골라도 조금은 불안한게 삼식이 핀이다.)

2009/08/20 - [DSLR/렌즈 사용기] - Sigma 28mm F1.8 EX DG Asp. Macro (부제: 삼식이가 사고 싶었어)

줌렌즈를 선택하자면, F2.8 조리개 고정 렌즈들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것 같다.
여기에서 1차적인 선택 포인트는, 번들렌즈에서 18-24mm의 화각을 유용하게 사용했느냐 하는 점이다. 만일 그렇다면 반드시 크롭용 줌렌즈에서 골라야 할 것 같고, 그렇지 않다면 풀 프레임 바디용으로 나온 줌렌즈도 충분히 대안이 될 수 있다. 아니면 광각 렌즈를 별도로 구매하는 것도 방법이긴 하지만, 정말 광각이 필요해서 가는것이 아니라면 그다지 좋은 선택은 아닌것 같다. (이미 광각 렌즈를 가지고 있고 표준줌과 번갈아가면서 마운트 하는 것이 꺼려지지 않는다면 풀 프레임용 표준줌은 훌륭한 선택이다.)

2009/08/18 - [DSLR/관련 이야기] - 번들보다 더 좋은 줌 렌즈를 쓰고 싶어.



3. 야외 인물. 나도 예술 작품같은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야외에서 인물의 전신을 놓고 배경이 잘 날라간 사진 같은 것을 찍으려면 최소한 85mm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한다.;;). 55-250 IS에서 비슷한 사진을 찍을 수는 있지만 배경흐림 정도를 놓고 따지자면 또 다르다.
여기서 단렌즈로 저렴하게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EF 85mm F1.8 USM, 그러니까 애기만두다. (개인적으로 애기만두의 화각은 정말 사랑해주고 싶을 정도다.)

애기만두 성인 전신샷. 뒷배경이 가까운 편이라 비교적 선명하게 나왔다. 여긴 '카르페 디엠'이라는 콘도(던가, 펜션이던가).

좀 더 배경을 멀리 잡은것. 어느정도 깨끗하게 날리는 것이 가능하지만, 완전히 뭉개버리는 정도로 날려버릴 수는 없다. 이정도 까지가 애기만두의 한계. 여기는, 산천어 축제 하는 곳이던데. 어디더라.


2009/08/15 - [DSLR/렌즈 사용기] - EF 85mm F1.8 USM (애기만두)

다른 선택으로는 EF 100mm F2.0 USM, 속칭 백투나  EF 100m F2.8 Macro USM, 속칭 백마가 있겠다. 둘다 애기만두의 두배 가까운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백투는 이미 단종되었고 백마는 애기만두의 대체품으로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아웃포커싱으로 따지자면 애기만두 정도는 가능하다고 하니, 매크로 기능까지 사용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좀 더 비싼 렌즈를 선택하자면 EF 135mm F2L USM을 선택할 수 있을 것 같다. 1.6x 크롭 환산 200mm를 넘는 초점거리라 꽤나 멀긴 하지만 선예도나 화질은 정평이 나 있는 렌즈. 가격대도 신품가 120만원 가량이라 현실성이 없는 편은 아니다. (.. 내가 살건 아니니. 덧붙여,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IS가 없는 것은 아쉽긴 하다.) 이외에 200mm의 단렌즈, 속칭 대포라고 불리우는 렌즈들은 솔직히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중고가라도 300 가량 되니까.) 이쯤 되면 취미 수준으로 접근하기 힘든 범위다. 전문 사진가 수준의 장비들이랄까.

야외. 애들은 빛의 속도로 뛰어다니고, 쫓아다니면서 사진을 찍기에는 단렌즈는 너무 가혹한 상황. 이런 상황, 혹은 단렌즈가 주는 발품에서 벗어나서 편의성을 고려해 줌렌즈를 구매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크롭바디 전용 망원 줌렌즈의 선택은 그다지 넓은 편은 아니다. 망원의 핸드블러를 고려해 IS가 들어간 제품을 선택한다고 하면 더더군다나 선택의 폭은 좁아진다.

2009/08/19 - [DSLR/관련 이야기] - 크롭바디에서 저렴한 망원을 쓰고 싶어.

돈을 좀 더 들여서 백통류로 간다면 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백통류가 풀 프레임 대응 렌즈이기는 하지만 망원의 특성상 크롭 바디에서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렌즈.

크롭에서 70-200mm, 환산 110-300mm 가량의 망원은 F4, 아니 F6.3까지도 어느정도 아웃포커싱이 되는 거리다. 굳이 아웃포커싱을 위해 F2.8의 밝은 조리개를 고집해야 하는 이유는 그다지 없을 것 같다. (물론 확 날려버리는 아웃포커싱을 위해서는 F2.8, 아니 더 밝은 조리개가 필요하다.)

가지고 있는 200mm에서의 아웃포커싱 사진은 갈매기가 유일하다; 이건 시그마 18-200으로 찍은 사진. (OS가 없는 모델이다.) F8까지 조였는데도 나름 괜찮은 배경흐림이 나온다. 뭐, 배경이 멀어서 그렇겠지만. 좋은 샘플은 못되는 듯.

물론 새를 찍는데 반드시 망원줌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이건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24-60이 남겨준 유산. 역시 좋은 샘플은 못되지만.


망원 줌에 있어서는 솔직히 경험해보지 못한 분야이니까 뭐라고 말하기는 힘들긴 하다. 한방에 아빠로 간다. 말은 좋지만 그 부분을 서슴없이 선택할 수 있는 사람들은 몇 안될것 같다. 그렇다고 번들같은 싼 렌즈가 망원군에 있는 것도 아니다. 55-250 IS가 망원 번들이라고 불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30만원돈 하는 렌즈인거고. (아참. 처음에도 말했듯이 서드파티에는 있다. 신품가 10만원 중반대의 저렴한 번들급 망원들. 캐논 55-200 렌즈도 있긴 하지만 신품 정품이 국내에 정상적으로 수입되는것 같지는 않다. 정품 신품가가 55-250 IS에 육박하고, 병행 수입품과 가격 차이가 너무 많이 나는 상황.)

개인적으로 여기에서의 선택 포인트는 하나인것 같다. '망원에서 F2.8의 조리개가 필요한 것인가?' 배경흐림을 제외하고 생각한다면, 실내, 혹은 야간 야외 공연사진 같은 것을 찍는다고 하면 F2.8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고는 한다. (이 부분의 판단은, 모션 블러가 생길 수 없는 셔터 스피드를 확보했느냐에 달렸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구름이 얇게 깔린 약간 흐린 날이라고 해도 (주간 야외라면) F5.6~8 내외의 조리개에서도 부족한 점은 없었다. (IS가 없었기 때문에 ISO를 약간 높여서 셔속을 확보했지만, IS까지 있었다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을 것 같다.) 그렇게 따지면 55-250 IS를 사용하거나, 돈을 좀 더 들일 수 있다면 훨씬 선예도가 좋은 EF 70-200mm F4L IS USM으로 갈 수 있을 것 같다. (두 후보군의 몸값 차이는 대략 4배정도 될거다. 현격한 신분 차이를 보여주신다.)

F2.8의 조리개가 필요하고 손떨림 방지를 뺀다고 하면 탐론과 시그마, 캐논에서 제공하는 70-200mm 화각대의 F2.8 렌즈를 사용할 수 있다. (크롭 전용의 시그마 50-150mm F2.8 렌즈를 사용할 수도 있긴 하다. 이쪽도 평은 좋은 편이다.) 선예도 측면에서는 탐론과 캐논이 비슷한 것 같고, 초음파 모터는 시그마와 캐논에 달려 있다. 망원은 초점 속도가 중요한 영역이기 때문에 이 부분은 충분히 플러스가 되는 상황. 시그마 렌즈도 선예도가 많이 떨어지지는 않으니 매리트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격은 시그마와 탐론 렌즈는 신품가 대비 100만원이 안되고, 캐논은 더 비싼 편이다. 그렇지만 역시 모든것을 포함하는 궁극의 망원렌즈는 EF 70-200mm F2.8L IS USM, 속칭 아빠백통. 한방에 아빠로 가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어짜피, 백통으로 가게 되면 이미 진거다. 지름신에게.)



4. 좀 더 넓게 사진을 담고 싶어.

야외에서, 혹은 여행을 다니다 보면 이 전경을 사진 하나에 담고 싶은 경우가 생기게 마련이다. (라고 한다. 물론 한번도 이런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쉽게 말하면, 포기하면 편한거다.) 이렇다면, 축하한다. 당신은 가장 비싼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비싼 렌즈군으로 간다면 가장 비싼 렌즈는 역시 망원이다. 그건 그렇지만, 망원에는 저렴한 대안이라는 것이 있다. 광각쪽으로 오다 보면 여기서는 저렴한 대안이라는 것이 없다. 가장 저렴한 대안은 번들 렌즈가 전부인데, 그렇다고 해서 번들 렌즈의 18mm는 충분히 광각이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애초에 나란 인간은 번들의 18mm가 너무 넓었으니까, 여기에 대해서 뭐라고 말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해수욕장의 전경을 찍는답시고 광각으로 찍어본 사진, 인데 이제보니 30mm다. 찍을때는 꽤나 넓다고 생각했었는데. 이건 표준 화각이잖아! 계속 보다 보니 좁다면 좁은것 같기도 하고. 여기가 1박 2일 찍었던 해수욕장이라던데. 이름이 뭐더라. 왕산?


광각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줌렌즈 뿐이다. 광각 단렌즈들은 대부분 비싸고, 그 중에서도 현실성 있는 렌즈는 Sigma 20mm F1.8 EX DG Asp. RF 렌즈이지만 크롭에서는 그다지 광각은 아니다. (가격도 어느정도 해주신다.) 또한 여기서는 풀 프레임 겸용 광각 렌즈를 고르기 애매해진다. (망원과는 다르다.) 본격적인 광각 영역을 경험하려면 크롭 전용 광각 렌즈 밖에 답이 없다. 다행히도 여기서는 선택의 여지가 좀 있는 편이다.
 
가장 현실적이고 저렴한 대안은 Sigma 10-20mm F4-5.6 EX DC HSM.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이 신품가 60만원 가량이다;) Tamron SP AF 10-24mm F3.5-4.5 Di II LD Asp. IF 렌즈도 비슷한 가격대이긴 하지만 시그마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 듯 싶다. (이유는 찾아보고.) 좀 더 다른 대안은 Tokina AT-X 116 PRO DX AF 11-16mm F2.8. 약간 더 비싸고, 좀 더 비싸게 간다면 EFs 10-22mm F3.5-4.5 USM 렌즈가 되겠다. (요 렌즈는 크롭의 축복이라고 불린다지만 이유는 잘 모르겠다.)
표준줌, 망원줌으로 오면서 '좀 더 밝은 렌즈'를 외쳤어도, 광각에 와서는 밝은 렌즈가 좀처럼 없는 것이 현실. 이것은 초점거리가 짧은 광각 렌즈는 비교적 느린 셔터스피드에서도 핸드블러가 나오지 않는다는데 1차적인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밝은 렌즈의 또 다른 이점인 배경흐림도, 원하는 수준을 얻으려면 엄청 들이대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여기에서 파생되는 두가지 다른 문제. 하나는 모델이 껄끄러워 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광각 특유의 외곡으로 불편한 사진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런 외곡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지속적으로 즐길지는 모르겠다.) 어두운 렌즈의 또 하나의 단점인 모션 블러는.. 글쎄. 그냥 포기하는건가?  (자세한 이유는.. 잘 모르겠다. 안가져봐서. 대략 짐작을 해보면, 광각으로 모션 블러가 우려되는 스냅을 찍지 않는다는 설명이 좀 더 나을 것 같다. 포즈를 취한 모델은 모션블러가 없을거니까. 광각으로 스냅을 찍는다면, 꽤나 넓을거다. 짐작이 간다.)

광각 렌즈에서는 어느정도 포기해야 하는 것이 주변부이다. 아무리 좋은 광각 렌즈라고 해도 주변부까지 깔끔하게 나오는 렌즈는 거의 없다. 거기에 연연하다 보면, 정말 비싼 렌즈로 가는 수 밖에 없다. 엄청난 가격의 단렌즈, 악마라고 불리우는 EF 14mm F2.8L II USM, 일명 구슬이 정도?

광각에 대해서는 더 이상 덧붙일 말이 없어서 미안. 사실 관심이 별로 없어서. (...)



물론 돈을 좀 더 들여 밝은 렌즈를 구입한다면 원하는 수준의 배경흐림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거기에 집착하다보면, 감당할 수 없는 돈을 지출하게 될 것 같다. 어디까지의 배경흐림을 얻을 것인가? 배경흐림이라는 것은 같은 렌즈라고 해도 뒷 배경을 얼마나 멀리 두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도 있는 이야기다. 배경흐림이 더 잘되는 구도를 잡는 것도 중요하다는 말이다.
왜 배경흐림을 얻으려고 할까? 당연히 배경이 흐려지면 모델이 살아나기 때문에 그렇다. 그렇다면 배경은 항상 날려버려야 하는 존재일까? 어느정도 배경이 살아있어야, 또 그것이 모델과 어우러져야 좋은 사진이 되지 않을까? 답은, 뭐 잘 모르겠다. (대포를 사서 찍어보면 알게 될까?)

그래. 정말, 깨끗하게 배경을 날려버리는 것이 필요하다면 지르는 수 밖에. EF 200mm F1.8L USM, 일명 구형 대포. 단종되었고, 몇년 된 렌즈가 300만원돈 한다는 그 '모든것을 날려버린다는' 대포님이시다. 구하기도 어려우신 분이고. 신형 대포님도 계신다. EF 200mm F2.0L IS USM. 조리개는 약간 더 어둡지만 IS가 달렸고 조금 더 가볍다는(그래봐야 2.5kg다. 구형 대포님은 3kg 이나 나가셨단다.) 분이다. 몸값은.. 신품가가 800에 육박하시지.

정리하자면, '내게 맞는 화각이 무엇일까', 혹은 '내가 필요한 화각이 무엇일까'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번들을 충분히 사용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리고 나서도 선택이 어렵다면 '어떤 상황에 맞는 렌즈가 필요한가'를 생각해야 할 것 같다. 그렇게 구성하다 보면 자신에게 맞는 렌즈군을 구성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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