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게임단, 화승 OZ에 대한 여러가지 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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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게임, 그러니까 스타크래프트는 한동안 보지 않다가 다시 조금씩 보기 시작했다.
보지 않게 된 계기는 박성준의 OSL 우승. 저그가 우승했으니 이제 스타판에서 볼 것은 다 봤다는 생각이였고. 다시 보게 된 계기는 집사람의 입원 즈음 해서, 프로토스의 황금기를 우연히 보게 되면서 다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화승 OZ라는 게임단은 몇년전 이제동, 박지수, 오영종의 쓰리탑을 선두로 리그 우승을 일궈냈던 어떻게 보면 신흥 명문 게임단이라고 봐도 되겠다. 여타 프로게임단과 마찬가지로 여러가지 사연이 깊은 곳인데. 이 게임단의 루머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팀의 주축이자 개인리그 우승자였던 오영종의 입대. 그리고 역시 개인리그 우승자인 박지수의 이적. 그리고 두 사람의 이적 이후 오랜 기간 팀의 원탑 노릇을 해왔던 이제동의 FA 선언.
불과 몇년 사이에 팀의 주축이였던 선수들이 모두 다 와해되는 모양이 나오게 된 것이다.

여기에 둘러싼 온갖 루머의 중심에는 조정웅 감독이 있다. 꽤 유명한 탈렌트였던 안연홍씨와 결혼한 분이고.

온갖 루머를 다 제외하고, 내가 봐 온 조정웅 감독은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였다. 08-09 시즌 중에서도 항상 양복을 입고, 팀이 지던 이기던 별 표정의 변화 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이였다. 개인적인 비교에서는, 경기중에 가장 자신의 표정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였다. 최소한 웃는 표정은. 기뻐하는 표정은.
그러던 그가 선수들과 같은 유니폼을 입고 나타났다.
경남 STX컵 마스터즈 3,4위 전. 하이트 스파키즈와의 경기. 처음 보고는 저런 늙은 선수가 있었나 싶었고, 두번째 봤을 때는 저 사람이 미쳤나 싶었다. 감정을 숨기지 않는 모습. 선수들과, 속된 말로 '으쌰으쌰'하는 그런 모습이 글쎄. 방송에서 비춰지는 그의 모습은 항상 저런 모습이 아니였기 때문에 더 어색하다. 그냥 보여주기 위한, 아니면 선수들을 달래기 위한 모습인 것 같은 느낌이랄까.

속된 말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이 아닐까 싶어서 약간 씁쓸해진다.

덧) 이제동 선수의 FA 선언 결과가 나왔다. 응찰 없음. 그래. 이제동 선수는 이 바닥에서 탑 클래스의 선수이다. 하지만 가지고 있는 마인드나 행동은 탑 클래스의 선수다움이 없는 것이 아쉽다. 어린 선수지만, 또래보다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야 하는 그의 입장도 안타깝다. (그리고 어른이 되지 못한 그도 한번 더 아쉽다.)

덧) 관련된 일련의 사태에 대해 옛 프로게이머이자 한때 해설자로 활동했던 모 선수가 쓴 글을 봤다. 프로게임 바닥과 협회에 대한 우국충정이 느껴져서 마음이 짠한 느낌이 들었다. 협회에서 이 사람을 데려다가 부디 높은 곳에 앉히기를. 그리고 제발 다음부터는, 모 정당이 자기들 행동을 정당화할때나 썼던 비유, 언급을 좀 따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게 참 흑백논리로 치장하기 좋은 비유이긴 하지. 그래도 그 사람, 프로게임 바닥에서는 꽤 인지도도 있고 인기도 있다면서? 그러면 애들이 따라한다니까. (아참. 그건 옛날 이야기인가.)

덧) 이제동 선수가 FA로 이적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이제동 선수의 실수다. 스타판의 잘못된 FA 구조의 가장 큰 피해자는 이제동 선수나 FA로 이적을 성공한 김창희 선수가 아닌 콜을 받지 못한 나머지 선수들이다. 이제동 선수의 FA를 말하면서 협회 욕을 하는 것은, 솔직히 맞지 않는 이야기인것 같다. 이제, 이제동 선수가 은퇴를 하던 뭘 하던 이제 그의 선택에 대한 결과가 되어버렸다. 그는 이 판에서 자신의 위치를 자각하고 좀 더 영리하게 행동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어린 선수라서 그랬을수도 있지. 그 주위의 어른들이 그가 제대로 판단하게 도와줬을까? 여기에서 조정웅 감독은 어떤 역할을 했을까? 선수들과 같은 유니폼을 입고 으쌰으쌰 한번 해주고, 자기 싸이에 감상적인 글 하나 올리고, 인터뷰에서 감동적인 말 한마디 해주고. 정말 이제동이 화승에 남기를 바랄거다.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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